테마로 다시 보기 (16) 미국 - 빗물도시
│샌타모니카 이동구특파원│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은 물 좋고 산 좋은 곳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히는 주요 도시들은 어김없이 물 맑고 산이나 공원이 풍부한 곳이다. 사막 한가운데에 조성된 도시라면 물과 공원이 더욱 중요해진다. 자연히 도시들은 ‘물관리’에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다. 먹고 마시는 식수의 개념보다는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물관리로 도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가고 있다. 서부 캘리포니아주 도시들은 빗물 관리에 지혜를 모으고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게 눈에 띈다. 한 방울의 빗물도 낭비하지 않고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빗물 유입으로 악화될 수 있는 수질 상황 등에도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샌타모니카 도시배수시설
특히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시의 경우 내리는 비의 99%를 재활용하고 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기적 같은 현상이지만 이미 2000년 12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그 이전까지 샌타모니카의 해변은 각종 오염물질로 자주 더럽혀졌다. 특히 폭풍우가 지나가면 세차장, 가로청소 등으로 배출되는 기름 섞인 오물과 동물의 분뇨까지 샌타모니카 해변을 오염시켰다. 대부분 빗물에 씻겨 해변으로 떠내려온 것이다. 이는 태평양 연안의 해양휴양도시로 연간 1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샌타모니카를 위협하는 가장 큰 환경적인 요인이었다.
●정화시설 180여곳서 오염물질 제거
이에 시 당국은 지속가능성을 도시 경영의 기본적인 가치로 설정하고 1994년 서스테이너블 시티 프로그램(Sustainable City Program)을 채택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샌타모니카 해변으로 유입되는 도시의 각종 배수를 정화하고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 당국은 빗물을 포함해 도시 전역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배수)를 재활용할 수 있는 도시배수재활용시설(SMURRF·Santa Monica Urban Runoff Recycling Facility)이라는 시설을 구축했다. 미국 최초의 도시배수재활용시설인 SMURRF는 현재 180여개나 가동되고 있다. 주로 샌타모니카 해변으로 흐르는 작은 하천에 인접해 하루 평균 190만ℓ의 도시배수를 처리하고 있다.
도시에서 배출되는 모든 오·폐수와 빗물은 시내를 관통하는 2개의 주요 배수관로에서 차집돼 전량 SMURRF로 전달된다. SMURRF에서는 쓰레기, 침전물, 오일, 병균 등의 각종 오염물질을 제거해 가로환경수 등으로 재활용한다.
2000년 12월 가동되면서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돼온 SMURRF는 이웃 주민들이 혐오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대중교육시설까지 설계돼 있다. 방문객들은 또 SMURRF에 설치된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며 자원보전과 오염방지를 위한 시 당국의 노력과 필요성 등의 학습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샌타모니카 해변도로 앞의 SMURRF에서 만난 40대의 주민은 “도시배수시설이지만 깨끗하고 조용하게 운영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새넌 페리 샌타모니카시 환경유지담당은 “체계적인 도시환경 유지를 위해 배수재활용시설을 구축하게 됐고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차원에서 주민 모두의 참여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주거지 500m 이내에 공원시설
철저한 물관리와 함께 미국 대부분의 도시들은 풍부한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샌타모니카 역시 26개의 공원을 확보하고 있어 시의 첫인상은 쾌적한 느낌이었다. 9만여명의 주민 가운데 90%가 공원으로부터 500m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시 당국은 앞으로 주민 100%가 공원으로부터 250m 이내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지난해 미국 CNN이 선정한 미국 내 가장 살기 좋은 지역 3위에 뽑힌 어바인시는 모든 이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22만여명이 거주하는 도시에 7개의 대형공원과 무려 80여개나 되는 소형공원이 조성돼 있다. 도심 중앙에는 골프장이 있다.
현재 어바인시의 녹지비율은 40%가 넘는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으로 유명한 블리자드 본사를 비롯해 미국 100대 기업 가운데 36개사의 본사가 몰려 있는 이유도 풍부한 녹지공간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인 누구나가 살고 싶어 하는 도시인 만큼 유명기업들도 이곳에 본사를 두고 싶어 하는 것이다.
●어바인市 자랑은 240㎞ 자전거도로
이와 함께 어바인시는 자전거 전용도로망으로도 유명하다. 일반도로의 양편으로 조성된 자전거 전용도로의 총길이는 240㎞에 달한다. 또 보행자 전용도로의 중앙에 조성된 자전거 전용도로도 약 80㎞나 갖춰져 있다.
2008년 11월4일 한인 이민 1세 최초로 직선 시장에 당선된 강석희 어바인 시장은 “쾌적한 도시환경이 유수기업을 끌어들이고 우수인력의 유입을 촉진하는 등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yidonggu@seoul.co.kr
2009-11-25 12: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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