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만 세감면… 규제·부담 확 낮춰야
송도국제도시가 국제비즈니스 도시로 자리잡기 위해선 많은 해외기업은 물론 쟁쟁한 국내기업들이 들어와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송도는 외국기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 국내기업에 대해서는 혜택이 전혀 없다. 세종시의 경우 국내외 기업 구분없이 국세(소득·법인세)는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를 감면하고 지방세(취득·등록·재산세)는 15년간 면제하는 조건을 제시한 반면 세종시보다 더 파격적이어야 할 송도국제도시는 외국투자기업에만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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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준공됐음에도 개교가 지연되고 있는 송도국제학교가 지난달에야 가까스로 운영법인을 선정하고 교과부에 설립인가를 신청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
그렇다고 외국 투자기업들에 문호가 제대로 열린 것도 아니다. 외국기업들은 송도가 다른 국제도시에 비해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가 적다는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조세감면 대상 업종은 제조업, 물류, 관광 분야에 한정돼 있다. 송도의 지향점이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 지식경제산업과 비즈니스서비스산업임에도 이 부분에 대한 세제혜택은 없는 것이다.
다른 국제도시의 사정은 다르다. 두바이는 자유무역지대 입주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자체가 없으며 아일랜드(12.5%), 홍콩(16.5%), 싱가포르(18%)도 한국(22%)보다 법인세율이 낮다. 게다가 외국기업 투자시 개발이익의 25%를 개발부담금으로 내야 하는 것도 송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양대 권경주(행정학) 교수는 “관련법률 정비 등 외자유치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채 제대로 된 국제도시를 조성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을 위한 정주환경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학교와 병원이다. 외국인들은 타국 거주시 자녀교육을 위한 학교와 의료시설 존재 여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이들은 생활 인프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송도에는 아직 외국인 학교와 병원이 없다.
기이한 것은 송도국제학교가 지난해 7월 준공됐음에도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교육기관 설립 주체를 비영리 학교법인으로 한정하고 외국교육기관에 결산잉여금 송금을 허용치 않는 관련규정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달에야 가까스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채드윅스쿨을 송도국제학교 운영법인으로 선정하고 교육과학기술부에 설립인가를 신청했다.
병원 역시 비슷한 문제에 부딪혀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영리 목적의 국제병원 설립이 가능하지만 외국인 의사면허규정 등 후속 절차와 요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병원을 세울 수가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의료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17대에 이어 18대 국회에 상정됐지만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 병원의 영리활동 허용이나 외국의약품 수입기준 완화 등 국내 의료기관과 다른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인천시가 지난달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과 송도국제도시에 국제병원 운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송도에 처음 국제병원 설립을 추진했던 미국 NYP병원이 관련규정 미비로 사업을 포기한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생겨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송도에 온 외국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불만을 토로한다. 숙소인 아파트를 비롯해 거리 안내문 대부분이 한국어로만 돼 있는 데다 슈퍼마켓, 음식점 등 어디를 가도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
인천시가 송도국제도시를 영어를 상용화하는 ‘영어도시’로 선언했지만 말 그대로 선언에 그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내 행정기관인 송도동사무소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외국인과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직원이 한 명에 불과하며, 외국어로 된 행정안내문조차 없다.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도 거의 없어 국제도시라는 구호를 무색케 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2공구 드림시티에 있는 미국식 음식점 서너 곳이 고작이며 문화·체육시설, 레저시설 등은 전무한 실정이다. 인하대 변병설 교수는 “국제도시는 하드웨어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면서 “균형 있는 국제도시 조성을 위해서는 외국인 복지 및 생활환경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2010-01-28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