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공기관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때문에 조직 효율성 저하와 ‘신의 직장’이라는 비난까지 듣고 있다면서 성과 연봉제로의 전환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으나,공공기관 노조가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이미 호봉제와 연봉제를 섞은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있는 등 기관마다 처한 상황이 틀리기 때문에 정부에서 권고하는 성과 연봉제가 반드시 정답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의 일환으로 이번에 임금 체계에 손을 댄 이유는 일을 별로 하지 않고도 상대적으로 과도한 임금을 받는 공기업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즉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려면 능력 위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해 내부 경쟁을 유도,조직의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성과 연봉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추진했으나 공공기관 노조의 반발 등으로 무산됐었다.그러나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되면서 이번에 권고안까지 내놓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승진이 되고 더 많은 돈을 받는 안이한 구조 때문”이라면서 “현재 공공기관들이 형식적인 연봉제를 통해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성과 연봉제를 통해 철저히 능력 위주로 재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보수체계도 성과 중심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면서 “일 잘하는 사람이 대우받고 공공기관을 일하는 조직으로 만들려면 성과 연봉제가 적극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공기관 평가단도 최근 기관장 평가에서 공공기관의 연봉제 개선을 촉구했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성과 연봉제 권고안은 형식적 연봉제로 회귀하지 않도록 연봉 구조를 기본연봉,성과연봉,기타 수당으로 단순화해 꼼수가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한 게 특징이다.직급별 호봉.연봉테이블을 폐지하고 각종 수당은 성과연봉 재원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특히 성과에 따라 연봉이 20~30% 차이나도록 해 ‘능력 순으로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과장급 연봉이 평균 7천만원이라고 보면 성과 연봉제 도입시 고성과자는 8천만원까지 받게 되는 반면 저성과자는 6천만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다만,즉각적인 전면 도입보다는 순차적인 확대를 택했다.성과 연봉제 적용 대상을 간부직에만 적용하고 올해 말까지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 실시하도록 한 것이다.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공기업 노조 마찰 불가피
정부는 공기업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성과 연봉제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성과연봉제의 권고 내용을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로 반영해 해당 기관이 받아들 수밖에 없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과 연봉제의 충분한 설명을 통해 도입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각 기관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연봉제를 시행중이긴 하지만 성과연봉 비중이 10% 안팎이고,연봉테이블도 운영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연봉제는 하고 있지만 2만명이 넘는 직원들의 개인별 연봉관리는 어렵기 때문에 연봉 테이블 방식이어서 이 부분은 개정해야 한다”면서 “아직까지 연봉 차등폭도 간부직 기준 10% 안팎이어서 단계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측은 그러나 연봉제 개선은 노사 합의가 필요한 사항인 만큼 올해 안에 제도를 변경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미 지난 4월 저성과자에 대해서는 성과급은 지급하지 않고 기본급을 최대 50%까지 삭감하는 내용의 ‘민간기업형 퇴출 및 성과보상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봉제 권고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의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성과에 따른 차등 임금 지급은 근로강도와 경쟁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성과급 비중이 높아지면 평가 결과의 공정성을 둘러싼 시비도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노조는 성과 연봉제가 사실상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을 위한 수순으로 보고 파업을 비롯한 강력한 조치를 강구 중이다.
이미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와 공공연맹,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연맹은 지난 15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일방적인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도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30만 공공기관 노동자의 생존권과 공공부문 노조를 말살하기 위한 총체적 탄압으로 정부가 힘으로 강제하면 올해 임단투 시기에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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