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 돼지들은 무더기로 살처분되는 처참한 운명을 맞은 반면 멧돼지들은 수렵 허용기간(지난해년 11월 17일~올해 3월 16일)임에도 구제역 때문에 수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목숨을 건진 것이다.
1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전국에서 살처분된 사육 돼지는 309만 800여 마리.
하지만 야생 멧돼지들은 구제역 발생으로 기세가 등등해졌다. 본격적인 수렵철이지만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경북 김천과 영주 등 전국 19곳의 ‘순환 수렵장’이 스스로 문을 닫으면서 ‘천적’(엽사)을 피한 것이다.
수렵장들은 수렵 기간이 1개월여 남았으나 재개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번 수렵 기간 동안 전국에서 포획 신고된 멧돼지는 불과 600여 마리. 2002년 시·도별 순환 수렵장이 개장된 이후 가장 적었다.
지역별로는 경북 267마리, 충북 187마리, 강원 106마리, 전북 90마리 등이다.
최근 5년간 수렵 기간에 포획된 멧돼지는 2009년 1390마리, 2008년 840마리, 2007년 978마리, 2006년 1258마리, 2005년 786마리 등이었다.
이 때문에 멧돼지 개체 수를 줄이려는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정부는 이번 수렵 기간에 엽사 1인당 멧돼지 포획 허용 마릿수를 종전의 2배인 6마리로 늘렸다. 이는 전국의 멧돼지 개체 수가 30여만 마리로 적정 서식밀도보다 3~4배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구제역 때문에 수렵장이 조기에 폐장되면서 개체 수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멧돼지들은 번식기인 5월쯤 출산을 통해 개체 수를 더욱 늘려 활개를 칠 것으로 예상된다. 멧돼지 수컷은 생후 5개월, 암컷은 1년 6개월 정도에 번식 능력을 가지며, 암컷은 114~140일의 임신 기간을 거쳐 적게는 7~8마리, 많게는 12~13마리의 새끼를 출산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구제역 발생으로 농가에 골칫거리인 멧돼지는 포획되지 않고 사육 돼지만 살처분돼 안타깝다.”면서 혀를 찼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2011-02-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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