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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8) 농업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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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하는 달인은 농업 분야 5명이다. 이준배 경기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는 맞춤형 지도로 농민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피옥자 연기군 농촌지도사는 농산물 상품화의 1등 공신으로 통한다. 나양기 전남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국내 석류 분야 1인자로, 강보원 보령시 농촌지도사는 친환경농업의 달인으로 통한다. 류정기 경북도 농업연구사는 농자재 개발로 농민들의 수입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 농촌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공무원들이다. 다음 달 7일에는 달인코너 마지막회로 산업 분야의 달인 4명을 소개한다.

■ ‘농민 맞춤형 지도 호평’ 이준배 경기 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

농산물 평가회 휩쓴 ‘표창 제조기’

“한국과 칠레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때 칠레산 과일의 물량 공세로 국내 과수농가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과수농가는 품질 강화로 경쟁에서 살아남았습니다. 품질 향상만이 우리 농가가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안입니다.”


이준배 경기 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
●2007년 경기도 포도 ‘전국 최고’ 평가 주도

과수·원예 기술의 달인으로 뽑힌 이준배(43) 경기 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의 목소리에는 우리 농업을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아무리 값싼 농산물이 들어와도, 맛있고 몸에 좋은 제품이 결국 지갑을 열게 한다는 게 이 지도사의 지론이다.

이 지도사는 농민 지도 분야의 ‘표창 제조기’로 통한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지도사에게 기술을 배운 농민 21명과 5개 단체가 각종 제품 평가회를 휩쓸며 정부 표창 및 상장을 받았다. 이 지도사는 뛰어난 지도력을 인정받아 2007년 포도품질평가 대상 수상 유공 공무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지도사의 남다른 교육 비결은 철저한 농민 맞춤형 지도에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농민들은 과학적인 이론이 아닌 단순 경험치를 바탕으로 농사를 지어왔기 때문에 아무리 이론 교육을 많이 하더라도 농사 기법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관할 지역의 모든 농가를 일일이 찾아가 물은 며칠에 한번씩 줘야 하는지 등을 직접 시범 보이며 알리기 시작했고, 이 지사의 능력을 의심하던 마을 어른들도 그의 열정과 노력에 마음을 열고 그를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

●중량 선별기 부착형 당도 선별기 개발·보급도

그 결과 2006년 전국 최고 과일(Top-Fruit) 품평회에서 배 부문 2위, 2007년 포도 부문 1위를 경기도 농가가 차지해 배, 포도, 사과, 복숭아 등을 경기도 농업의 주요 업종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또 2007년 전국 최초로 ‘중량 선별기 부착형 비파괴 당도 선별기’를 개발·보급해 농가 소득 증대를 이끌었다.

이 지도사는 “농민에게 외국 농가와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지도사가 되기 위해 더욱 분발할 것”이라면서 “우리 농업 부흥을 위해 후배 양성에도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보령=EM 메카’ 이끈 강보원 충남 보령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유용미생물 공급 ‘친환경 전도사’

충남 보령이 유용미생물(EM·Effective Microorganisms)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EM 생산 시설과 생선아미노액비 생산 시설, EM 발효비료 공장이 가동 중이다. 대천해수욕장과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무창포해수욕장 등을 보유한 관광도시 보령의 변화 중심에는 ‘친환경 농업의 달인’ 강보원(52) 보령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가 있다.

강보원 충남 보령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지역 내 EM 생산 시설 준공 앞장

그는 “은행잎이나 두충 등에는 특이한 냄새가 있어 벌레가 안 생긴다는 점을 생각하면 된다.”면서 “보령에서는 구제역 방제와 소독용으로 EM 80t을 사용하는 등 활용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지도사는 ‘EM 전도사’다. 유기농업기사까지 취득하며 친환경 농업을 실현하는 필수 조건으로 EM을 설파하고 있다. EM이 농작물의 저항성을 높이고 생육을 활성화한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2004년 11월 기술센터에 500ℓ 규모 EM 배양기 3대를 설치, 매주 1.5t을 생산해 농민들에게 무료 공급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당시 20ℓ씩 75명에게 제공했는데 효과가 입증되자 수요가 급증했다. 지자체는 해외 사용 현장을 돌아보면서 실효성을 확인한 후 EM 공장 신축과 농민 교육 등을 진행했다.

2007년 연간 1800t을 생산할 수 있는 EM 생산 시설을 필두로 2009년 생산규모 100t의 생선아미노액비 생산 시설, 지난해 3000t을 생산할 수 있는 발효비료 공장이 잇따라 준공됐다. 생선아미노액비는 불가사리와 잡어, 생선 부산물 등을 발효시킨 것으로, 고가의 아미노액비를 생산해 지역민에게 저렴하게(10ℓ 기준 2만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보령시는 2008년 4월 국내 최초로 ‘EM 생산공급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비료관리법에 혼합유기질 및 부숙비료 등 3종을 발효비료로 등록시켜 안정적인 공급 체계도 갖췄다.

●농민·학생 8600여명에 기술 전수

2007년 농업진흥공무원 교육과정에 EM 교육과정이 신설됐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실시하는 교육에는 농민과 학생 등 8600여명이 수강했다.

강 지도사는 “농촌의 경쟁력은 친환경 농업”이라며 “EM 활용으로 인증 농가가 배출되고 경제적 효과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보령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과수산업 발전 공헌’ 나양기 전남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석류 재배 1인자… 브랜드화 주도

농업 분야에서 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나양기(57) 농업연구사는 ‘국내 석류 분야 1인자’로 불린다. 2009년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이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 있는 석류나무에 열매가 맺히게 하려고 전국에 수소문한 일이 있다. 연락이 닿은 나 연구사가 이 나무를 관찰하고 30분에 걸쳐 컨설팅을 해준 이후 김 전 의장은 전년에 하나도 보지 못했던 석류를 그해 무려 15개나 거둘 수 있었다. 농학박사인 그는 이후 한국방송공사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석류 재배 기술을 전국에 전파했다.


나양기 전남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신품종 참다래 10종 개발 기반 조성

나 연구사는 1974년 농촌지도사 근무를 시작으로 1992년 농업연구사로 전직을 한 이래 한결같이 과수산업 발전에 공헌해 왔다. 1992년 광주에서 현 나주로 이설한 농업기술원 과수시험포장 2만 7000㎡를 조성해 과수연구기반을 구축했다. 1994년부터는 5년간 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 초대 육종재배연구실장으로 일하면서 신품종 참다래 10종류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매실 권위자로서 재배 기술 연구 등 매실산업 발전에도 공헌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나 연구사의 강의 내용을 ‘고품질 매실 생산기술’ 이라는 DVD로 만들어 농민 교육자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또 ‘천수’라는 명품 브랜드 배를 만들기도 했다. 나주, 곡성 등지의 대미 수출 배 단지에 기술 지원을 해 수출 증대에 기여한 공으로 2008년 한국유통공사사장의 감사패를 받았고, 2010년에는 모범공무원(국무총리)에 선정되기도 했다.

네이버 등 인터넷에서 ‘나양기’나 ‘석류재배기술’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십건의 자료가 추출되며, 석류 재배 기술 등을 정리·이용하고 있는 ‘다락골 사랑’이라는 블로그에서도 그의 농업 재배 성과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고품질 매실 생산 기술 DVD 제작 활용도

나 연구사는 국내에 석류 재배 기술에 대한 자료가 전무해 중국의 산 둥성, 산시성과 일본의 대형 서점을 찾아다니는 등 석류 자료와 기술서를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나 연구사는 “아직도 미정립 단계에 있는 나무 가지 치는 방법을 개선하고 유기 재배 매뉴얼을 개발하는 등 알기 쉽고 활용 가능한 석류 재배 관련 책자를 발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농산물 상품화 앞장’ 피옥자 충남 연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무병 씨감자 첫 보급… 상품화 결실

충남 연기에는 ‘피옥자’라는 농산물 브랜드가 있다. “믿고 살 수 있는 농산물”의 상징이다. 연기군농업기술센터 피옥자(43·여) 지방농촌지도사의 별칭이다. 그는 ‘농산물 상품화의 달인’으로 통한다. 충북 음성에서 1만평 고추 농사를 짓는 농군의 딸로서 원예 박사와 종자기사·식물보호기사·종자관리사 등 자격을 겸비했다.

피옥자 충남 연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토다메 감자’ 200t 출하 한달 만에 소진

피 지도사는 복숭아의 고장에서 ‘토다메 감자’라는 틈새를 개척했다. 1996년 공직을 시작한 피 지도사는 3월 씨감자가 부족해 외지에서 고가에 구입하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목격했다. 자체 공급 방법을 고민했고, 우수한 종자를 보급하자는 생각에 씨감자 연구에 나섰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전국 최초로 무병 씨감자를 농가에 보급할 수 있게 됐다. 씨감자는 실내 조직배양실에서 묘를 키워 수경재배 후 망실에서 증식하는 3단계를 거쳐 농가에 공급한다. 명품 감자 생산을 위해 칼슘 처리 및 질산(10㎏)과 황산(㎏)을 섞어 내부 변색이 적고 전분 함량이 높은 최고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재배법도 찾아냈다.

터널재배 신기술이 더해지면서 한달 앞당긴 5월에 출하를 실현했다.

무병 씨감자는 생산량이 10a(300평) 기준 4350㎏으로 일반 감자보다 27% 많고, 소득도 176만 5000원으로 65% 증가했다.

피 지도사는 기존 감자와의 차별화를 위해 2004년 상표를 출원했다. ‘흙담 밑의 소중한’이란 뜻의 토다메가 탄생했다. 감자는 20㎏ 포장이라는 고정관념도 깨트렸다. 독신, 소가족화 추세에 맞춰 4·5·10㎏ 소포장을 선보였다. 토다메 감자는 10㎏에 1만 4000원으로 일반 감자보다 25% 비싸지만 매년 가격이 동일하다. 지난해 생산된 200t은 출하 한달 만에 소진되며 명성을 확인시켰다.

●절임배추·고추 브랜드화… 소득 증대 일조

2009년 선보인 ‘친정맘 절임배추’와 고추 주산단지였던 전의·소정 지역의 옛 명성 회복에 나선 ‘으뜸이 고추’도 농가 소득을 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그는 2005년 농촌지도대상, 2010년 충남 포장디자인 대상을 수상했다. 피 지도사는 “농민이 웃을 때 가장 기쁘고 보람된다.”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이기에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연기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농자재 개발 명장’ 류정기 경북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농자재 산업재산권 35권 보유 최다

“언제까지나 농민의 든든한 지팡이가 되겠습니다.”

농업 분야 달인으로 선정된 류정기(43) 경북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농자재 개발의 명장이다. 항상 농민 편에서 생각하고 연구해 실제 농사일에 도움이 되는 농자재를 기발하게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류정기 경북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제품 생산업체들 ‘즐거운 비명’

류씨는 농자재 관련 특허 24건을 비롯해 실용신안, 디자인(의장) 등 35건의 산업재산권을 갖고 있다. 이 분야 공직자가 보유한 산업재산권으로는 가장 많은 수다. 전문 생산업체에 의해 실용화된 농작업용 가위칼 등 9개 제품은 농가들로부터 절대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덩달아 제품 생산업체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그가 개발한 농자재는 일반 농자재보다 무게가 훨씬 가벼운 반면 기능은 월등해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노동력도 크게 절감시켜 주고 있다. 품질에 비해 가격 또한 저렴하다. 특히 그의 특허 제품인 농작업용 가위칼과 미끄럼 방지용 가지 치기 가위는 200억원대에 달하는 국내 농작업용 가위 시장에서 외국산 가위 수입 대체 효과를 얻고 있다. 전문 생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경북도의 세외 수입도 올려 주고 있다.

그가 농자재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용이 불편하고 힘든 농자재로 인한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자주 접한 것이 계기였다. 1995년 농촌 지도직에서 연구직으로 직종을 전환하면서 보다 사용이 편리하고 간편한 농자재를 만들어 농민들에게 보급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때부터 류씨는 주로 주말에 농민들을 찾아 각종 농자재에 대한 개선 의견을 수렴하고 밤샘 연구·개발 작업에 몰두했다.

●농작업용 가위칼 200억원대 수입 대체 효과

농자재 생산업체들도 찾아가 자신이 연구·개발한 신제품 생산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길 반복했다. 처음엔 이들로부터 ‘산업 스파이가 아니냐.’는 등의 엉뚱한 오해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오해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가 연구·개발한 특허 제품이 하나, 둘 탄생하고 농민과 언론 등으로부터 각광을 받으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그의 연구·개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류씨는 “시기성이 요구되는 제품을 우선 실용화하고 특허 출원했다.”면서 “나머지는 좀 더 다듬고 보완해 농민들에게 최상의 상품으로 인정받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2011-02-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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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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