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청와대의 인사 발표 직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만난 박연수(58) 전임 소방방재청장은 “지금 청장들 중에서 내가 가장 오래 했다. 원래는 지난 5월 떠나야 했으나 장마가 지나갈 때까지 유예된 것”이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전격적으로 이뤄진 청장 교체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는 못했다.
이는 이기환 신임 청장 내정자도 마찬가지. 그는 지난 18일 사직서를 낸 뒤 산하 기관인 소방안전협회장 선거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아침 고향(경북 청도)으로 내려가다 인사 발표에 부랴부랴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전임 청장도, 신임 청장 내정자도 사전에 구체적으로 언질받지 못했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이날 오후 갑작스레 치러진 청장 이임식에 참석한 소방방재청 직원들은 전임 청장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지만 신임 청장에 대한 기대감도 잊지 않았다.
한 일반직 공무원은 “우리 조직은 방재 분야도 있지만 소방 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소방을 잘하는 것이 본연의 업무를 더 잘해 나가는 것이라 본다.”면서 “신임 청장이 조직 내부의 혼란도 잘 융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방직 공무원은 “이렇게 갑자기 이임식을 하게 되니 가시는 분한테는 죄송한 마음이지만 새로 오신 청장님이 조직, 인사, 예산 등에서 전보다 더 낫게 하시리라 생각한다.”면서 “소방관 업무를 직접 해보고 잘 아는 분인 만큼 지금보다 현장 소방관들의 근무 여건을 잘 개선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청장 내정자가 1년 10개월 동안 차장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소방직, 일반직을 가리지 않고 신뢰를 얻은 데다 조직 내부 혼란을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함께 작동했기 때문이다.
일선 소방 현장의 반응은 더욱 뜨겁다. 경남의 한 소방관은 “소방직 출신 청장은 모든 소방공무원들의 염원이었다.”면서 “현장의 고충을 잘 아는 분인 만큼 열악한 소방 공무원의 처우도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성국·김양진기자 psk@seoul.co.kr
2011-07-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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