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돌로 새긴 듯 선명
세계적인 암각화 유적인 울산 울주군의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이 날카로운 돌로 새긴 듯한 낙서로 심하게 훼손돼 있다.30일 울산시와 울주군에 따르면 두동면 천전리 각석에 최근 누군가가 돌로 새긴 것으로 보이는 낙서가 발견됐다.
‘이상’이라는 한글 낙서는 천전리 각석의 오른쪽 부위 기하학 무늬 아래쪽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낙서 글자 옆에는 잘 알아볼 수 없는 큰 글씨의 또 다른 한글도 적혀 있다. 중간 부위에는 작대기 두 개가 ‘11’ 형태로 새겨져 있다. 이 낙서는 1m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앞서 천전리 각석에서는 ‘1975’ ‘good time’ ‘○○청년회’ 등의 낙서도 곳곳에서 발견돼 암각화 유적 보전·관리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천전리 각석에는 사람의 출입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 같은 시설물이 설치돼 있지만 높이가 낮은 데다 시설물의 구조도 촘촘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출입할 수 있다. 각석 옆에는 ‘폐쇄회로(CC)TV 녹화 중’이라는 경고판까지 붙어 있지만 실제로 CCTV는 없다.
천전리 각석은 울주군에서 국비를 지원받아 고용한 문화재 관리인이 관리하고 있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일과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대에는 사실상 관리가 어렵다.
울산시는 국립문화재연구소와 협의해 낙서를 지울지 결정할 예정이다. 또 인근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에도 한글로 된 낙서가 발견되는 등 세계적인 선사시대 문화 유적이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울산대박물관 관계자는 “소중한 문화 유적지를 보호하려면 상주 인력과 CCTV를 통해 훼손을 방지하고, 야간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국보 남대문 화재 사건에서 확인했듯이 문화재의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보존하려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2011-08-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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