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 제품의 80% 이상 차지… 서울시, 내년부터 퇴출 추진
경기 부천시에 사는 직장인 김인석(34)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겸해 서울 인사동의 한 노점에 들렀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작은 도자기 접시를 사려고 바닥을 살펴봤더니 조그만 딱지에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제품도 별 다를 바 없었다. 그는 국산품을 사기 위해 골목길을 헤매다 어렵게 공방에서 직접 제조한 골동품을 주로 판매하는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김씨는 “전통문화거리라고 홍보하는 인사동에서 골동품을 찾는 것보다 화장품 매장을 찾는 게 더 쉽다는 사실을 쉽게 수긍할 수 있겠느냐.”면서 “외국인은 우리 국민보다 더 황당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혀를 찼다.
●市 “외국산 판매금지 조례 개정”
시 관계자는 “인사동에 질 낮은 외국산 기념품이 넘쳐나 문화지구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종로구의 건의를 받아들여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개정안이 연내 시의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외국산 제품 판매 금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동은 2002년 4월 문화예술진흥법과 시 조례에 근거해 전국 최초로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문화지구의 지정 목적을 해칠 우려가 있는 업종 및 시설을 금지할 수 있다. 현재 서울시는 비디오감상실, 게임장, 관광숙박업소 등 25개 업종을 제한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무분별하게 늘어나 전통문화 상점을 위협하는 화장품 매장, 이동통신사 대리점, 학원 등 신종 상업시설도 인사동 문화지구 내 금지 업종 목록에 추가된다.
인사동 문화지구는 종로구 인사동·낙원동·관훈동 일대 17만 5743㎡ 규모의 전통문화 특화 지역으로, 주말 하루 관광객 수가 많게는 1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상업 목적을 내세운 비문화 시설과 중국산 및 국적 불명의 수입품이 범람하면서 전통문화 상권을 잠식하고 있다.
●화장품 매장 등 금지업종 추가
2005년 인사동전통문화보존회가 비공식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사동 기념품 상점에서 팔리는 물건의 30~40%가량이 중국산 제품인 것으로 추정됐다. 종로구는 특히 노점에서 팔리는 제품은 80~90%가 저가 중국산 제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화장품 매장은 최근 4년 동안 11곳이나 새로 생겼다.
하지만 이번에 추진하는 시 조례 개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판매 제한 품목과 금지 업종을 나열하는 것은 상징적인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 상위법령인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해 처벌 조항과 금지 업종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감감 무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위반 업소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일종의 행정 처분이기 때문에 시 조례로만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2-02-28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