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행정절차 복잡해 장마철까지 완공 못 해… 춘천, 도로 인근 경사지 안전장치 부실 붕괴 우려
“장마가 코앞인데 여전히 공사판 절개지가 벌겋게 맨살을 드러내고 있으니 불안하기만 합니다.”올여름은 예년보다 집중호우와 태풍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국 곳곳의 절개지와 경사지 등이 무방비로 장마에 방치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춘천 동면 옥광산으로 이어지는 도로 인근 절개지는 수년째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낙석방지망 등이 낡아 끊어진 지 오래지만 도로와 10m 이상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집중호우를 당하면 토사와 돌더미가 금방이라도 도로를 덥쳐 사고로 이어질 형상이다.
서면 당림리 일대 국도 46호선 수해위험지구 정비공사현장은 더 아슬아슬하다. 국도 46호선 하부구조와 기존 석축이 낡아 지난해 9월부터 내년 9월까지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이미 도로 경계석이 무너져 침하가 시작됐다. 폭우가 내리면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다. 임시로 모래주머니를 쌓고 방수포를 덮어 놓았지만 공사현장 2㎞ 구간 절개지 대부분이 자갈과 모래로 쌓여 있어 집중호우시 토사유실로 인한 도로붕괴가 우려된다.
더구나 방수포로 덮어 놓지 않은 구간은 이미 지난번 내린 비 등으로 일부분 깎여 나간 흔적이 보이는데다, 일부 침하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곳 이외에는 아무런 안전 조치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춘천 동면 모 아파트 공사 현장이나 강남동 절개지 공사현장 등에도 산을 깎아 곳곳에 토사로 이뤄진 절개지와 경사지들이 많지만 특별한 안전조치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춘천과 화천, 양구 등의 국도와 지방도 절개지에 낙석이 발생해 방지망에 위태롭게 걸려 있는 등 장마철을 앞두고 도로 곳곳에 유실·붕괴 위험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주민 최종민(51)씨는 “지난해 수해로 봉사활동에 나섰던 대학생들이 춘천에서 10명이 넘게 희생됐는데 여전히 공사판이나 도로변이 장마 대비를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슬아슬하기만 하다.”면서 “방수포라도 제대로 깔아 토사로 인한 대형사고는 최소한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동두천 신천이 범람하고 연천군 초성철도교량이 무너지는 등 큰 수해를 입었던 경기도 지역에도 장마철을 앞두고 비상이다. 39명의 인명 피해 등을 입은 경기지역에는 현재 복구 대상 4595곳 가운데 91%에 해당하는 4178곳의 복구를 완료했지만 일부는 장마 이전 복구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소방방재청에서 지난해부터 수해복구 공구를 분할 발주하지 못하도록 해 공사량이 커지다 보니 예산확보와 설계 등의 절차를 거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이양대 경기도 도로사업소 주무관은 “행정절차를 이행하느라 시간이 필요했고 동절기를 피해 지난 1월에야 착공하다 보니 법적시한인 6월 말 임박해서 준공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 사진 춘천 조한종·의정부 한상봉기자
bell21@seoul.co.kr
2012-05-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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