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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간부들끼리 맞고소…소방방재청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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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바늘구멍 간부들 투서 난무 일선 소방관 분통

군대로 치면 별 하나 준장이 국방부 장관을 치받으며 국회, 언론사, 감사원 등에 투서한 뒤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자 국방부 장관은 조직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그를 직위해제한 뒤 해임했다. 거기에다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검찰에 맞고소까지 했다. 일반적인 계급 조직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그러나 이건 실제 상황이다. 상명하복의 문화 속에 목숨 걸고 화마와 맞서는 ‘전우애’로 다져진 소방관 조직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전투구다. 소방방재청 전·현직 수뇌부들은 이제 검사 앞에서, 또 법정에서 얼굴 붉히며 맞설 일만 남았다. 도대체 방재청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떤 사연으로 이런 ‘막장 드라마’가 연출됐을까.


어수선한 방재청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이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공개된 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의 소방방재청.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7일 만난 소방위 A(48)씨는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리고 이내 분통을 터뜨렸다. “정말 부끄러울 뿐입니다. 현장에서 목숨 걸고 불 속에 뛰어들면 뭐하겠습니까. 뱀 잡고, 벌집 치우는 궂은일 하면 또 뭐하겠습니까. 밤새 잠 한숨 못 잔 채 구급차 타고 왔다 갔다 하면 뭐합니까. 높은 분들끼리 이렇게 싸움박질이나 벌이고 있으니 얼굴을 못 들겠네요.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는 “변변한 소방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방관들이 불구덩이로 뛰어들다가 연례행사처럼 매년 죽어 나가는데 이를 뻔히 잘 알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정작 자기네들 인사 문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건 3만 8000명 소방관들의 얼굴에 ×칠하는 것”이라고 원색적 표현까지 내뱉었다.

전·현직 수뇌부들의 싸움에 대한 현장 소방관들의 반응은 이렇게 싸늘하기만 하다. 조직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번 일은 ‘재방송’처럼 느껴질 법도 하다. 2년 전에도 류충 충북 음성소방서장이 박연수 당시 소방방재청장의 소방행정 및 조직 운영 방침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공개적으로 조목조목 비판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는 ‘소방관 항명 파동’이라고 불렀지만 많은 소방관들은 ‘용감한 내부 비판’이라고 치켜세웠다. 류 서장은 해임처분까지 받았지만 박 청장이 퇴임한 뒤 복직됐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해 말 비슷한 모습이 다시 연출됐다. 현장 소방관 출신의 첫 소방방재청장으로 소방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취임했던 이기환(58) 청장은 지난해 11월 12일 심평강(56) 당시 전북소방본부장으로부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당했다. 특정지역 편향 인사를 하면서 인사비리를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사흘 전 소방공무원 복무규정 위반 등으로 직위해제의 중징계를 받았다. 사실과 다른 인사 불만 내용을 여러 곳에 발설해 조직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렸고, 사전 보고 없이 본부장회의 등에 두 차례 불참하는 등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다. 심 전 본부장은 검찰 고발 하루 뒤 서울로 올라와 기자회견까지 가졌고, 계급정년을 50일 남겨둔 12월 27일 해임됐다.

이후 감사원은 감사를 진행했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와 답변이 오갔다. 그 사이 이 청장은 심 전 본부장을 검찰에 맞고소했다. 두 달 남짓 감사를 벌인 감사원은 7일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사와 관련해 부당한 지시 행위가 드러났으니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과였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무직이기 때문에 징계 조치를 요구할 수는 없고, 현행 법령을 구체적으로 위반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검찰에 고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소방간부후보생 4기로 소방준감이었던 심 전 본부장은 지난해 2월 11일 소방감 승진심사에서 계급정년이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락한다. 그는 사표를 썼다가 반려됐고, 4월쯤 다른 동료로부터 뒤늦게 승진심사에 ‘자의적인 기준’이 적용돼 누락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때부터 소방방재청 인사를 둘러싼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캐고 국회 등에 이를 알리기 시작했다.

감사원은 심 전 본부장이 감사원에 투서한 내용 중 이 청장의 인사 관련 부당 지시 문제 외에 나머지는 감사 결과 통보문에 담지 않았다. 금품 수수, 접대 등 문제는 별다른 물증이나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직 초유의 고소·고발 사태에 대해 방재청의 한 계장은 “결국 인사 문제를 둘러싼 투서와 계급정년이 우리 조직을 여기까지 끌어내렸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정작 사태의 당사자인 이 청장이나 심 전 본부장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개인의 명예와 조직의 기강 확립, 대국민 봉사’를 얘기하고 있다.

방재청 기획감찰계에 들어오는 투서는 한 달 평균 3~4건이지만 인사철이면 폭증한다. 1년이면 적어도 40~50건에 이른다. 발신자는 철저히 익명이고, 내용은 대부분 동료 누군가의 비리에 대한 구체적인 제보다. 기획감찰계 직원은 “구체적인 날짜, 장소까지 적혀 있지만 막상 조사를 나가 보면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고,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어느 수준 이상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소방관의 계급정년은 소방령부터 적용된다. 소방령(14년)→소방정(12년)→소방준감(6년)→소방감(4년)이다. 소방정감과 소방총감은 소방조직에서는 정무직에 가깝기 때문에 따로 계급정년이 없다. 게다가 계급별 자리도 극히 적다. 상호 음해성 투서, 공공연한 비방 등이 난무하는 배경이다. 현재 소방총감 및 정감 각 1명, 소방감 8명, 소방준감 32명, 소방정 272명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바늘구멍에 가깝다. 물론 소방사로 출발해 밑바닥을 박박 기는 소방관들에게는 딴 나라 얘기다. 간부후보생 출신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문제다.

이번 사태 역시 지난해 초 네 자리에 불과하던 소방감 정원을 8명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달이다.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누군가를 특진시켰다는 의심과 특정 지역 출신들이 담합해서 누군가를 제외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 등이 불거진 것이다. 심 전 본부장은 전화통화에서 “나는 승진에서 누락될 이유가 전혀 없는데 ‘계급정년 1년 미만자 승진 불가’라는 기준을 임의로 만들어 제외시킨 것”이라면서 “인사 전횡 속에서 조직이 망가지는 모습을 더 볼 수가 없고, 조직 기강이 바로 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익 제보를 했다”고 말했다. 이 청장 역시 “그가 쉼 없이 나를 비방하고 음해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명예를 지켜야 했다”며 “근거 없는 비방과 음해가 난무하는 투서 문화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조직이 바로 설 수 없다는 마음으로 그를 고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이전투구하는 두 수뇌부의 말은 목숨을 걸고 현장을 뛰는 소방위 A씨의 푸념 위를 겉돌기만 한다. “숯덩이로 변해버린 동료 소식을 들을 때마다 혹시 집에서 아내랑, 애들이랑 눈이 마주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등산 간다고 나와 버려요. 그래도 아이들 어렸을 때는 아빠가 소방관이라고 엄청 자랑스러워했는데, 참….”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2013-02-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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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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