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잔치 비용·예비부부의 나무 기부가 ‘참여의 숲’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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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8일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범시민 헌수운동 출발 선포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기념촬영한 뒤 헌수운동에 적극 나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부산시 제공 |
5일 부산시민공원(조감도·옛 하야리야부대 ) 공사 현장을 찾은 최성호(69)씨는 자신이 기부한 나무가 심어질 현장을 둘러보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부산시민공원에 심을 느티나무와 배롱나무, 후박나무 등 600여만원 상당의 수목을 부산시에 기증했다.
부산의 도심 속 허파로 거듭날 부산시민공원 안에 들어설 ‘참여의 숲’(3만 4987㎡)을 대상으로 한 ‘범시민 헌수운동’이 시민, 향토기업, 출향인사 등의 참여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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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선 시민들이 기부한 나무로 공원을 조성하는 게 처음이다. 범시민 헌수운동은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주관하며, 부산시와 내사랑부산운동추진협의회가 후원한다. 모금액은 현물 포함해 총 10억원이다. 부산시민, 단체, 기업 또는 출향 인사 누구나 나무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이를 모아 시에 기부하면 시는 부산시민공원 동쪽에 있는 참여의 숲에 5만 5000그루의 나무와 초화류를 심을 계획이다.
헌수를 원하는 시민, 단체 등은 1만원부터 500만원까지 직접 나무를 구입해 기증하거나 나무 값에 해당하는 성금을 내면 된다. 출생·결혼·건강기원 등 각종 기념일이나 자신만의 소중한 뜻을 담아 원하는 지역과 원하는 나무, 수량을 선택할 수 있다. 나무의 종류는 홈페이지(treedonation.kr)에서 참여의 숲에 심을 회화나무 등 38종, 숲길에 조성될 후박나무, 진달래 동산에 식재될 관목 가운데 선택하면 된다. 나무에는 헌수자의 이름과 소망을 담은 문구를 부착한다. 작은 나무의 경우 숲별로 기증자 이름을 새긴 공동 표석이 세워진다. 이와 별도로 공원 내 조성되는 참여자의 벽에도 헌수자의 이름이 새겨진다.
이처럼 시가 헌수운동을 벌이는 것은 옛 하야리야부대가 10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상징성과 함께 시민공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부산시민이 함께하는 참여형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정태룡 시 자치행정과장은 “시민참여로 시민공원의 주인인 시민이란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해 시가 헌수운동을 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현재 총 5353건, 6억 500만원 상당의 헌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79건, 850여만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헌수운동에는 시민은 물론 출향인사, 향토기업, 기관·단체의 참여도 줄을 잇고 있다.
정덕강(80) 할머니는 지난달 26일 팔순잔치 비용으로 자녀와 손자의 이름으로 침엽수 마로니에 3그루(477만 4000원 상당)를 기증했다. 민관식(90)씨는 지난 2월 말 메타세쿼이아 8그루(260만원 상당)를 헌수했으며, 전재현(37)씨도 같은 달 24일 결혼을 앞두고 신부와의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기 위해 역시 메타세쿼이아 한 그루를 기증했다. 재경부산중·고동창회 협의회 박홍득(64) 회장과 동생 가족 등은 팽나무, 홍단풍 등 1000만원어치를 헌수하는 등 출향 인사들의 헌수도 67건, 1700만원에 달했다. 지역항공사인 에어부산은 느티나무 한 그루(180만원)를 냈고, 안용복장군기념사업회가 소나무 두 그루(430만원)를 전달했다. 새마을회(회장 김윤환)는 느티나무와 칠엽수를 각각 한 그루씩(340만원), ‘100만평문화공원조성 범시민협의회’도 느티나무 한 그루(180만원)를,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소비자센터가 먼나무 한 그루(100만원)를 각각 헌수했다.
부산시민공원 부지는 부산진구 양정·범전동 일대 53만여㎡에 이르며 일제 강점기에는 경마장으로 운영됐다. 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일본 군대가 훈련 및 야영지로 사용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미 육군 8069보충창이 캠프를 운영하면서 주한미군 부산사령부(옛 하야리야부대)가 설치됐다. 이후 도심 미관을 해친다는 여론과 함께 반환운동이 일어나면서 2006년 8월 폐쇄됐으며 2010년 1월 부산시에 반환됐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헌수운동에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데 대해 놀랐다”며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시민공원을 반드시 도심 속의 명품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