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피해농가 대상…사체 방치·불법 올무 부작용 우려
다음달 1일부터 제주도에서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는 야생 노루 포획이 한시적으로 허용된다.제주도는 노루를 3년간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 포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를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애초 총기류나 생포용 틀, 그물 등을 이용해 포획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농민들이 직접 포획할 수 있도록 올무도 허용해달라고 요구, 피해 농경지 울타리 경계 안에 한해 올무도 허용하기로 했다.
포획 허가 지역은 해발 400m 이하 피해 농경지로 제한된다. 노루 피해를 입은 농가가 해당 지역 이장, 동장의 확인을 받고 포획 허가 신청을 하면 담당 공무원이 피해현장 확인을 한 뒤 관할 행정시에서 포획 기간과 수량, 도구 등을 결정해 포획을 허가한다.
포획 신청 농가가 직접 노루를 잡거나 스스로 포획하기 어려울 경우 수렵인 등을 대리포획자로 지정할 수 있다.
잡은 노루는 5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며 행정당국과 상의해 농민이 자가소비 하거나 지역 주민에게 무상제공, 소각, 매립이 가능하다. 단 상업적으로 거래하는 건 불법이다.
제주도는 허가지역을 벗어나 노루를 포획하거나 허가 없이 올무를 설치하는 등 불법 포획에 대해 현장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또 노루 개체수를 파악하기 위해 내년께 무인헬기와 열화상카메라 등을 이용, 도내 전역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포획 지침을 두고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새롭게 추가된 ‘올무 포획’과 관련, 여러 문제가 예상된다.
올무에 걸려 죽은 노루들이 관광객 등이 지나다니는 올레길이나 오름 등반로, 곶자왈 주변에서 보기 흉하게 노출되고 부패에 의한 악취도 예상된다. 단속을 벌인다고는 하지만 허가받지 않은 올무를 일일이 가려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올무에 노루 외에 다른 야생동물이 잡힐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도 관계자는 “제주에서 노루 외에 노루용 올무에 걸릴 만한 동물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농민들이 직접 잡은 노루를 신고하지 않거나 이밖에 허가받지 않고 잡은 노루를 암암리에 사고파는 것을 어떻게 적발할지도 숙제다.
한편 제주도가 추진하는 노루 이주사업 또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도는 노루를 생포해 노루생태관찰원 등에 이주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노루 피해가 심한 제주시 구좌읍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시범포획에 나선 결과 노루 생포는 예상보다도 훨씬 어려웠다. 6월 30일까지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도무지 성과가 나지 않아 지난 14일 사업을 중단했다.
목표는 200마리였으나 생포한 노루는 12마리에 불과했다. 16마리는 마취약 농도가 과다했거나 급소에 마취약을 맞아 숨졌고 49마리는 마취총에는 맞았지만 달아나버려 생사도 확인하지 못했다.
도는 포획 허용과 별도로 노루 이주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시범사업처럼 노루를 찾아다니며 마취총 등으로 생포하는 건 중단했다.
대신 노루 피해지역에 생포틀과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고 먹이로 노루를 유인, 생포하는 사업을 안전행정부에 제안, 예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오름 곳곳에 생포틀을 설치해 이주사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제주도에 서식하는 야생 노루의 개체수는 2만여마리로 추정된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개체수가 적었으나 노루보호사업이 진행되며 개체수가 급증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적정 수준은 3천마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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