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갈등 해소 기대
강정초등학교 동창회는 지난 21일 강정천 체육공원에서 한가위 강정 선후배 체육대회를 열었다. 체육대회는 해군기지 찬반 갈등 등으로 2003년 마지막으로 열린 이후 10년 만에 다시 열렸으며 찬반 양측 주민 150여명이 참여했다. 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 강정마을은 주민들 간의 찬성, 반대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매년 이어져 오던 어버이날 행사, 추석 공동체 행사, 별포제 등 정례 행사가 모두 중단된 상태다. 지난 1월에는 설날 합동세배 행사가 2007년 1월 이후 6년 만에 다시 열렸지만 동네 노인들이 모두 참여했던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이날 체육대회에서는 해군기지 찬성과 반대를 넘어 축구와 윷놀이 등을 통해 우애를 다지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덕담을 나누는 훈훈한 자리가 이어졌다.
고권일 강정마을반대대책위원장은 “중요한 사안이 생겼을 때 찬성과 반대로 나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를 배제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이번 체육대회는 마을 구성원으로서 관계를 끊지 않고 대화를 이어 갈 수 있는 조그만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마을회는 앞으로 해군기지 찬반 갈등으로 맥이 끊겼던 어버이날 행사와 별포제 등을 이어 나가며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갈등 해소를 위해 국민대통합위원회와 공동 협의기구 구성 설치 등을 추진 중이다.
한편 제주 해군기지 공사는 올 들어 순조롭게 진행돼 연말에는 항만공사의 공정률이 60%에 이를 전망이다. 터미널 등 항만의 크루즈 관련 시설들도 연말에 착공되며 내년에는 외부에서 항만으로 이어지는 주 진입도로 및 군인 관사 건설도 시작될 예정이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2013-09-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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