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십자들녘·해남·창원 등 추수뒤 볏짚이 먹이·쉼터로
전북 군산시 나포면 서포리 십자들녘. 한달여 전까지만 해도 황금 물결이 일렁이던 이곳은 이달 초순부터 철새들의 낙원으로 변했다. 금강하구를 낀 이 들녘은 80여만 마리의 각종 철새가 찾아와 겨울을 나는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 이달 초순부터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와 개리, 청둥오리, 가창오리들이 찾아와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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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도래지 주변 농민들이 철새들과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소득도 올리는 상생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10여년 전 군산지역 농민들이 철새들의 겨울 먹잇감으로 벼를 일부 수확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으로 시작됐다. 십자들녁 200여 농가들은 매년 10월 철새들에게 먹이와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추수한 뒤 볏짚을 사료용으로 팔지 않고 남겨둔다. 십자들녁 430㏊ 가운데 290㏊에 이른다. 볏짚에 남은 볍씨와 낙곡들은 철새들이 모진 겨울을 버텨내는 귀중한 양식이 된다. 빈 논에는 물을 채워 쉼터로 제공한다. 보리를 재배, 철새들이 겨울에도 파란 싹을 뜯어먹을 수 있도록 한다.
전남 해남군도 2002년부터 볏짚 존치(107농가 200㏊)와 보리·밀을 재배하는 경작관리(200여농가 240㏊) 사업을 한다. 김경만 해남군 환경관리계장은 “볏짚을 땅에 그대로 놓으면 비옥화되고, 보리나 밀 등도 철새들이 먹고 남은 것을 수확할 수 있어 참여 농가들이 매년 10% 정도 는다”고 말했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 등 90여종 1만마리의 겨울철새가 찾는 전남 순천만은 2005년부터 400여 농가가 참여한 가운데 볏짚 존치 330㏊, 쉼터조성 4㏊ 등 334㏊를 관리한다. 지난해 농민들에게 1억 6000여만원을 지급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 인근 주민들도 해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철새 먹이용으로 보리를 재배한다. 창원시는 해마다 5억원을 지원한다. 올해는 168㏊다. 창원시는 또 주남저수지 바로 옆 시 소유 논과 텃밭에 벼와 고구마를 심어 수확한 볍씨 12t, 고구마 3t을 저수지 인근 논밭에 뿌려놓는다. 내년 2월까지 매일 160㎏씩 뿌려줄 예정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