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시니어청춘극단 데뷔작 ‘써니’ 열기의 현장
“아이고 웬걸요. 신나게 노는 건데 좋~죠!” 올백으로 단정하게 빗어 넘긴 흰머리 아래 이마에선 땀이 여전하다.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호흡도 좀 거칠다. ‘송파시니어청춘극단’의 주재완(64)씨, 아니 ‘재완이 오빠’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관리직으로 오래 일했고, 막내며느리가 안겨 준 새빨간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있는 처지건만, 극단 유일의 남자 배우로 청일점이다 보니 ‘아버님’이 아니라 ‘재완이 오빠’가 됐다. 연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이키 조명 아래 허리와 엉덩이를 섹시하게 빙빙 돌리는 춤을 추기엔 좀 민망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무슨 소리냐”며 내놓은 대답이다. 저쪽 한편엔 옛 직장 동료들이 서 있다. “저 친구들도 얼마나 하고 싶어 하는데요. 아직 용기를 못 내서 그렇지. 전 이거 제 돈 내고 봉사활동 삼아서라도 계속 하고 싶은데요. 껄껄껄.”지난 9일 송파구 삼전동 송파구민회관 소강당에서 청춘극단의 첫 데뷔작 ‘써니’가 무대에 올랐다. 청춘극단은 중·장·노년층의 인생 2막 지원을 위해 구가 마련한 프로그램. 연극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얻고, 다른 봉사 활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기 위한 것이다. 15명을 뽑아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 두 차례씩 끊임없는 연극이론, 대본구성, 발성, 연기법 등 무대에 오르기 위한 강행군이 이어졌다. 그 결과가 ‘써니’다.
2011년 개봉한 강형철 감독의 영화 ‘써니’와 제목은 똑같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연기 연습 때부터 그랬다. 어떤 정형화된 틀을 주기보다 그냥 ‘자기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일’, ‘이제는 늙었구나 싶어 서러웠던 일’ 같은 상황을 던져 주고 자연스럽게 자기표현을 하도록 유도했다. 연극 ‘써니’의 대본은 이걸 모아서 완성했다.
그래서 외제차 타고 으스대는 동창의 모습, 보톡스 주사 한 방에 팽팽해진 피부 얘기, 이 나이가 되도록 끊지 못하는 다이어트 욕구, 손주 키우는 일 때문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 학창 시절 섬마을에 봉사 활동 가서 사랑에 빠진 경험 등이 자잘하게 펼쳐졌다. 실제 상황에서 우러나온 얘기인 만큼 또래 관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웃음과 박수와 “맞아, 맞아”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박춘희 구청장은 “시니어들이 은퇴 이후 새로운 배움을 통해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추진하게 된 사업”이라며 “용기 내어 참가한 분들께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3-12-1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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