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24일 진상규명 위해 발의
‘한국판 아우슈비츠’인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피해자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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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1987년 세상에 공개된 지 27년 만인 지난달 12일 안전행정부 주관으로 정부 차원의 보상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서울신문 2월 13일자 1·4면>
진선미·김용익 민주당 의원을 주축으로 한 여야 의원들은 합동으로 오는 24일 사건 규명과 피해자 구제를 골자로 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한다. 특별법안이 제정되면 국무총리실 산하에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피해 조사 및 보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따르면 이 사건은 1975년 7월 5일부터 1987년 1월 7일까지 사단법인 형제복지원에 격리 수용돼 폭행과 협박, 감금, 강제노역, 성폭력 등을 당하거나 이 같은 방법으로 사망, 행방불명, 상이, 정신적 장애 등에 이른 사건이다.
법안은 사건 규명과 피해자 구제를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15명 이내의 진상규명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진상 규명 때 위원회의 직권조사 외에 피해자의 신청에 의한 조사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사건 관련 단체 등에는 자료 제출 의무가 부과되며 필요하면 현장 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도 협력 의무가 부여된다.
특별법안은 실효성 있는 조사를 위해 ‘동행명령’을 현실화하고 있다. 사건에 대한 결정적 증거자료를 보유하거나 정보를 가진 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3회 이상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위원회의 의결로 동행명령장이 발부된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진상 규명 이후에는 정부가 피해자·희생자·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 회복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희생 정도에 따라 대통령령에 의해 보상하도록 하는 한편, 의료 지원과 생활보조지원금도 지급하도록 돼 있어 실질적 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복지부는 전국의 요양·재활·장애인 시설 등에 협조 공문을 보내 과거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던 피해자들의 명단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이 사건을 비롯한 장애인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해 장애인정책국 안에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는 향후 ‘장애인 인권침해방지 TF’는 향후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실태 조사 및 사후조치 장애인 인권취약 지역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점검 관련 제도개선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법안은 13일부터 의원실 회람을 거쳐 여야 의원들의 뜻을 모아 공동 발의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8일에는 입법 공청회도 가진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의 여준민 사무국장은 “누적 피해자가 2만여명으로 추산되는데 언론 보도를 보고 80여명이 피해를 호소해 왔다”며 “국가가 이제라도 그들의 어그러진 삶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사건의 실태를 파악하고 진상이 규명된 이들에게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 등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 선도를 명목으로 장애인과 무연고자, 일반 시민 등을 복지원으로 끌고 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대표적 인권 유린 사건으로 1987년 3월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복지원의 공식 사망자 수만 513명에 달하며 현재도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그동안 피해 구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4-03-1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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