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피해 갈수록 심각...농작물 피해 속출·일부 지역 식수도 부족 소양강·충주댐 역대 최저수위 위협…북한도 심각한 위기상황 <※ 편집자 주 = 극심한 가뭄으로 방방곡곡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위세에 가려있지만 가뭄 피해는 재앙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습니다. 농작물이 말라 죽거나 먹을 물조차 부족한 곳이 속출합니다. 채소값은
전국적으로 가뭄이 확산되는 가운데 강원과 충북 등 중부권과 강화도를 비롯한 일부 도서 지역은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지난 주말을 비롯해 최근 한두 차례 비가 내리긴 했지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땅만 살짝 적셨을 뿐 해갈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서울, 경기와 강원도의 누적 강수량은 평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강원지역 강수량(5월 1∼6월14일 기준)은 160.8㎜로 평년의 48%밖에 안 된다. 저수율도 43.1%로 평년의 64.7%보다 크게 낮고 봄가뭄이 들었던 작년의 50.8%보다도 훨씬 적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물마름 현상을 보이는 논도 늘고 있다. 정부 가뭄대책상황실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물마름 현상을 보이는 논이 2천592ha에 달한다. 작물이 시들어 버린 밭 면적도 3천708ha나 된다. 파종률을 보면 고랭지 채소는 42.2%에 그쳤고 두류·잡곡류도 60.5%에 불과하다. 논농사는 그나마 상황이 좀 나은 편으로 모내기를 끝낸 비율이 96.2%로 집계됐다.
동양 최대 다목적 댐인 소양강댐 수위도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고 있다. 15일 현재 152.63m(저수율 약 27%)로, 준공 후 역대 최저치인 151.93m에 0.7m 차이로 근접했다. 하지만 당분간 비 소식은 없다. 각 시·군은 관정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지하수까지 말라버려 손 쓸 도리가 없다.
소양강댐과 연계 운영되는 충주댐 상황도 심각하다. 현재 저수율은 23.1%, 수위는 115.1m 안팎을 오르내린다. 5월 수위가 1985년 댐 완공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사상 최저수위인 112.3m(1994년 6월29일)마저 위협한다. 하천유지용수 방출량 감축에 들어간 충주댐은 가뭄이 계속될 경우 단계별로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공급도 제한키로 했다.
작물뿐 아니라 식수 공급 피해도 갈수록 커가고 있다. 지난 7일 기준으로 환경부가 집계한 결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강원과 경북, 경기, 인천 등의 도서·산간지역을 중심으로 9개 시·군 38개 마을, 2천955세대 주민 5천419명의 주민이 운반급수 또는 제한급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뭄으로 농작물도 잘 자라지 못해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배추와 무 등 주요 채소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한예로 이달 상순 배추의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격은 10㎏ 기준 7천440원이다. 가뭄과 고온 현상으로 출하량이 감소한 여파로 지난해 같은 기간(2천693원)보다 176.3%, 평년(3천365원)보다 121.1% 상승했다.
낙동강 곳곳에서는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특히 낙동강 상류를 중심으로 남조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낙동강 창녕 함안보 구간에 일부 녹조가 발생해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가뭄현상은 한반도의 북쪽에 위치한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에 ‘100년만의 왕가뭄’으로 고전했던 북한은 올해도 주요 곡창지대에 가뭄이 극심해 식량난이 우려되고 있다.
가뭄 피해가 커지면서 정부의 대응도 바빠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뭄대책 상황실을 가뭄·수급대책 상황실로 확대하고 상황실장도 국장에서 차관으로 격상했다. 또 가뭄 발생 지역에 하천 굴착, 들녘 작은샘 개발, 다단양수 등 비상급수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11일 ‘비상 댐 연계운영’에 들어갔다. 한강수계의 발전댐들이 발전을 위해 내보내는 물을 하류 용수공급에 활용해 다목적댐의 용수공급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가뭄 빈도가 점점 잦아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더 늦기 전에 땜질식 단기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적이고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연을 이기거나 거스를 순 없겠지만 가뭄의 환경적 영향이나 피해를 정량화함으로써 피해를 줄여가자는 얘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