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강수량 7.7㎜,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적어당국, 피해 줄이려 기술·인력·장비 총동원령
가뭄현상은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지난해 ‘100년 만의 왕가뭄’이 강타한 데 이어 올해도 주요 곡창지대를 중심으로 심한 가뭄이 발생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피해를 줄이려고 기술과 인력을 총동원해 ‘가뭄과의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가뭄이 계속된다면 올해 식량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3월 강수량,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적어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언론매체 보도에 따르면 본격 파종시기인 지난 1∼5월 북한의 평균 강수량은 135.4㎜로 평년(182.6㎜)의 74.2%에 그쳤다.
특히 씨감자, 고구마 등 식량작물의 파종이 시작되는 3월 강수량은 7.7㎜로 평년 26.2㎜의 3분의 1에도 못 미쳐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적은 양을 기록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1일 “황해남도와 평안북도, 평안남도 안의 곡창지대들과 여러 지역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거나 기상관측이래 제일 적은 비가 내렸다”고 전했다.
가뭄 피해는 농업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부문으로 확산하고 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난 3월 말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산불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등 함경도 지역을 중심으로 산불 소식이 잇따랐다.
가뭄 탓에 평안북도 창성호와 연풍과학자휴양소 인근 연풍호의 바닥이 드러나기도 했다. 창성호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상 스키를 타며 여름을 보내던 곳이다. 연풍과학자휴양소는 북한의 대표적인 과학자 복지 시설로 꼽힌다.
북한 가뭄은 지난해에도 심했다. 지난해 2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북한 전역의 평균 강수량은 23.5㎜로 1982년(20.5㎜)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북한 기상수문국은 6월 강수량이 평균 19∼58㎜로서 평년의 20∼50%, 7월 상순 강수량 평균 10㎜로서 평년의 14%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라고 분석했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북한에서 가뭄이 가장 심했던 때는 2000∼2001년이었다.
당시 세계적 이상 고온현상 속에 북한은 2년 연속으로 장기 가뭄에 시달리면서 전국 벼농사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 소리 방송은 2001년 6월 유엔 세계식량계획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75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 인력·기술 총동원에도…”올해 식량생산 최소 20% 감소”
북한 당국은 가뭄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물 절약형 농법 도입, 양수기와 강우기 등 물 공급 기계 투입, 관개 방법 개선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가뭄피해가 큰 곡창지대 평안남도 남포시를 비롯한 주요 도·시·군에서는 일꾼들이 농업부문 근로자들과 함께 양수장, 물길 트기 현장, 보막이 건설장에 직접 뛰어들어 ‘가뭄과의 투쟁’에 나서고 있다.
북한 당국은 각 지방과 기관이 보유한 양수기, 전동기, 변압기, 강우기 등의 기계와 설비들을 총동원해 바닥을 드러낸 논과 밭에 공급하도록 지휘하고 있다.
아울러 농민들에게 작물의 품종과 토양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물주기 방법과 육성 방법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농작물생육예보지휘부는 노동신문을 통해 지난달 말 6월 상순까지 황해북도의 땅속 습도가 지난해보다 1∼3% 낮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으며 볏모 건조에 대비해 미리 옥수수 종자를 키워놓으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이렇게 가뭄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 시원한 비 소식을 들을 수 없어 올해 식량 수급에 위기가 드리워진 상황이다.
지난 10일 방한한 세계식량계획의 아시아지역본부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농번기 북한에 가뭄이 계속되면서 식량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상황이 심각해지면 재난상황에 맞춰 식량 지원을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작년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현재 상황만 보더라도 올해 식량 생산이 최소 20% 정도 줄어들 전망”이라면서 “가뭄이 7∼8월까지 이어진다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