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용산로 한강로동주민센터 옥상에서는 특별한 모종 심기 행사가 열렸다. 지역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아 40여 명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고사리손으로 토마토와 상추 등을 정성껏 심었다. 유오조 한강로동 주민자치위원회장은 “채소가 다 자라 수확하면 밑반찬을 만들어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 이름은 ‘반찬이 오가는 정겨운 골목’이다. 이 사업 아이디어는 주민이 직접 내고 기획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보통 지역 공무원이 행사를 마련하면 주민들은 동원되던 것과는 다르다. 용산구가 주민 스스로 특화사업을 기획, 추진하도록 도운 덕이다.
용산구는 19일 한강로동 등 지역 내 16개 동에서 ‘자치회관 1동 1 특화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이웃끼리 교류할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직접 내고 진행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동별 자치회관은 마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미술관이 많은 이태원2동에서는 ‘우리 동네 한뼘 미술관’ 사업을 벌인다. 지역 미술관에서 빌린 작품이나 주민들이 쓴 서예 작품, 어린이의 그림 등을 동 주민센터에 전시한다. 효창동은 올해 ‘작은 음악회’ 사업을 벌이는데 동 주민센터에서 전문 연주자나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연주회와 노래자랑 등을 진행한다.
‘공유’라는 가치에 주목한 용산 구정에 발맞춘 사업도 눈에 띈다. 원효로2동은 동주민센터에 공유물품함을 설치해 주민들이 물건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서로 나눔 마을 우물’사업을 벌인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관이 아닌 주민이 자치회관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을 주도하는 것은 패러다임 전환”이라면서 “자치위원들을 중심으로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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