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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담벼락에 의대 증원에 대한 찬반 문구가 적힌 화환이 줄지어 서 있다.
세종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담벼락이 소란하다. 지난 22일 장례식장에서나 볼 법한 근조 화환 15개가 복지부 담벼락 앞으로 배달됐다. 화환에는 ‘준비 없는 의대 증원 결사반대’, ‘의대 증원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는데 화환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중 5개의 화환은 의사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는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을 겨냥한 것이었다. ‘의료 파탄 책임자 박민수 파면하라’, ‘전공의를 노예 취급하는 박 차관 물러가라’ 등의 문구는 양반이다. ‘박 차관님, 시신기증 서약 촉구합니다’라는 선을 넘은 문구도 있었다. 박 차관의 ‘카데바(해부용 시신) 수입·공유’ 발언을 비난한 것이었는데 다른 곳도 아닌 근조 화환에 적혀 있으니 섬뜩했다. 복지부 앞을 지나는 공무원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혀를 찼다.

학교에서나 벌어질 법한 ‘집단 괴롭힘’이 정책 현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가해자는 ‘일진’이 아닌 직업명에 ‘스승 사(師)’자가 붙은 의사 단체고, 피해자는 거의 매일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브리핑해 온 박 차관이다. 행정부를 대표해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특정 집단의 집중 공격을 받으며 연일 입방아에 오른 차관이 또 있었을까 싶다. 그는 브리핑 초기에 실수로 의사를 ‘의새’로 발음했다가 의도적으로 의사를 비하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자녀 진학을 위해 의대 증원을 추진한다는 악의적 소문에도 시달렸다. ‘의료 파탄’의 책임도 그에게 있다고 하니 주장이 사실이면 박 차관은 대통령급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실세 중의 실세’다.

전공의 1300여명은 지난 15일 박 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그의 ‘가시 돋친 말’ 때문에 모멸감과 상처를 받았다는 취지였다. 결정권자인 대통령이나 장관도 아닌 차관을 피고소인으로 삼은 ‘분풀이용’ 고소였다. 또 논리적으로 맥락을 이해할 수 없는 ‘묻지마’ 경질 요구다. 60일을 넘어선 의사의 집단행동에 죽을 지경이 된 환자들의 아픔은 보지 않고, 자기 손가락 상처만 쓰리다며 ‘상처 입힌’ 차관을 잘라야 복귀하겠다고 하니 국민은 이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세종 이현정 기자
2024-04-2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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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