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에 조성되고 있는 파주출판문화단지 전경.사진 왼쪽에 아시아 최대의 도서유통센터인 ‘북센’(BOOXEN)이,오른쪽으로는 독특한 형태의 출판사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독특한 건축물과 자연생태환경이 조화를 이룬 파주 교하읍 문발리 책마을 파주출판문화단지가 그 곳이다.통일을 꿈꾸며 시원하게 뚫려 있는 자유로를 타고 가다 신도시 일산을 지나면 나온다.영상과 인터넷이 득세하고 있는 요즘 문자의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인지도 모른다.그러나 북시티는 광속처럼 빠른 전자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구현하기라도 하듯 2006년 완성을 위해 우직하게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있다.파주 북시티는 48만평 도시 전체가 저마다 스토리를 갖춘 독특한 건축물로 채워지는 하나의 건축전시장이다.북시티에서 건축 연면적만 1만 5500평으로 가장 규모가 큰 ‘북센’ 건물은 땅이 연속되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건물지붕이 언덕과 같이 비스듬한 경사를 이룬다.
가장 먼저 입주한 한길사 사옥은 4권의 거대한 책을 책꽂이에 꽂은 형태이고,창비사옥은 한강을 전면으로 바라보는 다른 건물들과 달리 뒤돌아 심학산을 마주보고 작지만 당당하게 서 있다.
●건축물 경연장
북시티의 핵심 관리·연구 및 교육인력이 입주한 대표건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외벽을 벌겋게 녹슨 재질의 철판으로 둘러쌌다.미적으론 자연스러움을,실용적으로는 녹이 딱딱한 피막을 형성해 페인트보다 내구성이 강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갈대가 우거진 샛강 위에 기둥을 세운 반수상건물로 물가에는 오리,물속에는 물고기가 한가롭게 노닌다.해질녘 1층 카페옆 ‘노을의 루’에서는 샛강을 물들이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외국서적 전문출판사인 신원에이전시 사옥은 외벽 전체가 유리로 된 건물로 지어졌다.
파주 북시티 건축물들은 이미 일반인뿐 아니라 건축학도들의 견학장이 되고 있다.북시티의 건축물들은 입주사와 건축가들이 가진 주관적 사고를 뒤로하고 ‘이상형 문화도시’를 위해 마련된 ‘출판도시 건축지침’에 따라 지어졌다.도시디자인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황기선 교수팀이,건축지침은 건축가 민현식·승효상씨와 영국 북런던대의 플로리안 베이글 교수 등이 참여해 만들었다.‘자연과 인공이 모순을 극복하고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문화도시’가 건축지침의 주제다.
북시티가 자리잡은 곳은 원래 버려진 폐천부지였다.한강하류 저습지이자 철새도래지로 샛강을 보존한 친환경 생태환경도시의 모델이다.샛강에는 갈대와 억새,각종 수변식물들이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다.늪지를 포함한 샛강의 모습은 원형대로 보존됐다.
●책의 수도를 위한 첫걸음
북시티에선 10월15∼24일 북페스티벌 ‘2004 파주어린이 책한마당’이 열린다.파주시를 유네스코 ‘책의 수도’로 지정받기 위한 장정(長征)의 첫걸음이다.
북시티에 현재까지 입주한 44개 출판관련 사들은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상설 책 전시관(북카페)과 그림전시·음악회 등 문화공간과 행사를 운영할 계획이다.100여평의 전시관과 야외무대에서 이미 그림전시회와 소음악회 등을 열어온 한길사는 책한마당 행사후엔 자사의 시판서적과 절판서적 등 2000여종을 모은 전시관을 운영한다.
1971년 이후 미술관련 전문출판사로 자리를 잡아온 열화당은 간단한 차와 음료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북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고,‘사계절’과 ‘민음사’ 등도 그동안 출판한 책을 모은 박물관식 전시관을 구상중이다.
‘어린이 책한마당’에선 북시티내에 있는 출판사·저작권회사·인쇄사·지류회사 등을 다니며 책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견학하는 ‘책의 교실’,입주 업체 건축물들에 대한 감상과 이해의 장이 될 ‘건축학교’가 열린다.
헌 책을 포함해 3000여종의 책이 전시될 ‘어린이도서전’,26개 입주사들이 제작한 책을 판매하는 ‘특별전시회’도 열린다.가족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리밟기·줄다리기 등 ‘놀이마당’과 그림책을 영상과 음악,내레이션으로 구성하는 ‘빛그림 이야기’와 구연동화가 이어지는 ‘책문화 한마당’도 준비됐다.
‘어린이책 한마당’은 2005년 말 파주 북시티 준공이후 열릴 국제 북페스티벌의 전단계 행사 성격을 띠고 있다.지난해 처음 열린 페스티벌에선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도,연 6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파주시와 파주 북시티는 오는 2010년까지 유네스코가 매년 전세계의 1개 도시를 선정하는 ‘책의 수도’ 지정을 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현재 북시티는 전체 48만평 중 1단계 28만평만 조성된 데다 북 시티와 연계한 파주의 도서관,전시관과 문화관련 기반시설도 유네스코 기준에 미흡하다.
●48만평 규모… 2006년까지 입주
그러나 파주 북시티 자체는 이미 규모면에선 영국의 헤이 온와이,네덜란드의 브래드보트,벨기에의 레뒤 등 세계적 유명 책마을을 능가한다.현재 보진재·돌베개·문학수첩·국민서관 등 44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나남출판사·법문사·범우사·평화제본 등 16개사가 건축공사 중이다.8개사가 착공을 준비중이고 샘터사·김영사·교학사 등 54개 사가 설계중으로 세계 최대의 계획된 출판도시의 꼴을 갖춰 가고 있다.
오는 2006년까지 모두 150여개 업체가 사옥을 갖춰,임대로 입주하는 회사까지 모두 600여개의 출판관련 회사가 들어온다.
출판기획,편집,인쇄,물류유통의 전과정을 하나로 묶는 출판문화산업의 중심으로 국가산업단지로 관리된다.
북시티에는 아직 방문객을 위한 쇼핑·레저와 교통 등 편익시설이 부족하다.그러나 부지 5800평에,연면적 2만 2000평의 중심쇼핑몰 ‘이채’가 지난 6월 완공됐고 패션을 중심으로 한 부지 2500평의 일반상가가 일부 완공됐다.
‘이채’엔 현재 9개관의 극장이 운영중이다.대형식당과 난타전용극장,대형서점·전문식당이 오는 18일 문을 열 예정이고.6000여평의 대형사우나와 수입명품·의류점 등도 오는 10월의 페스티벌 이전에 문을 열 예정이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책의 일생’ 모두 관장 ‘북센’
파주 북시티의 초입엔 최대 3300만부의 책을 한꺼번에 보관하고 하루 40만부를 유통시킬 수 있는 아시아 최대 도서유통센터 ‘북센’(BOOXEN)이 자리잡고 있다.
| 건물 지붕이 언덕처럼 비스듬히 경사를 이루… 건물 지붕이 언덕처럼 비스듬히 경사를 이루고 있는 ‘북센’(위)은 자동화된 종합관리시스템(아래)을 갖추고 있어 전국 출판사의 절반,서점의 3분의 2 이상이 이곳을 통해 책을 주고 받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171억원의 자본금과 대형출판사 등 402개의 주주회사가 참여한 국내 도서유통업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부지매입 비용을 제외한 건축 공사비만 400억여원이 투입됐다.
거래하는 서점이 전국 서점의 3분의2가 넘는 1700여 곳.실제 책을 내는 출판사의 절반가량인 1800여 곳에서 책을 받고 있다.이 곳에 모아진 책들은 20만종에 이르는 도서의 위치정보와 3300만부의 재고,입·출고 등의 종합 관리시스템에 의해 빈틈없이 통제된다.지방 소도시의 서점에서 책 몇 권을 주문할 경우도 바코드에 입력된 정보에 따라 자동으로 정확하게 자동화 창고에서 분류돼 출고된다.
‘북센’의 전신은 주식회사 한국출판유통센터다.파주 북시티에 최첨단 시설을 갖춰 입주하면서 ‘책 도매상’이란 낡은 이미지를 벗고 ‘지식센터’로 탈바꿈하겠다는 뜻으로 이름을 바꿨다.
첨단 도서유통센터 ‘북센’의 등장은 지금까지 한국 출판계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복잡한 유통구조와 중소규모 출판사들의 목을 죄어온 어음결제,무자료 거래 등의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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