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피자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한교(50)씨는 거품을 뺀 5000원짜리 ‘맞춤 피자’로 하루 50만원 매출을 거뜬하게 올리고 있다. 이태원과 양재동·논현동 등을 오가며 자신의 소형트럭을 명물 가게로 일궜다.
●‘맞춤 피자’로 고객 입맛 사로잡아
그가 만든 피자에는 치즈가 듬뿍 담겨 있다.
콤비네이션과 불고기, 양송이, 야채, 페페로니 등 5가지 피자가 그의 손을 거쳐 구워진다.
최근 유행하는 고구마피자나 단호박피자 등 퓨전피자는 빠졌다. 가지수를 한정하면 고객이 기호에 따라 ‘어떤 재료를 넣고 뺄 것인가’하는 요구사항이 반영되는 ‘맞춤피자’를 만들 수 있다.
5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대기시간에도 불구, 재료를 아끼지 않고 만드는 그의 손놀림은 쉴 틈이 없다.
“노점은 자리를 잡는 데만 6개월 이상이 걸립니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제가 피자를 판다는 것과 노점 피자의 맛이 괜찮다는 사실이 퍼질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화요일부터 시작되는 그의 1주일 시간표는 화·수요일 후암동, 목요일 신사동, 금요일 논현동, 토요일 이태원, 일요일 양재동으로 짜여진다.
한 곳에 오래 머물기 보다 이동하면서 특정 요일에만 판매하는 것이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좋은 자리를 잡는 데도 유리하다.
“피자가게를 하던 친구집을 드나들면서 어깨 너머로 피자 만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 친구는 밀가루 반죽까지 직접했는데 노점피자는 빨리 구워야 하는 특성상 밀가루타일은 만들어진 것을 이용합니다.”
그가 피자를 팔게 된 계기는 4년전 개인적인 사정으로 슈퍼마켓을 접고 새로운 장사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피자에는 ‘일가견’이 있던 터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을거리로 아이템을 정했다.
최근에는 자신감이 붙어 알음알음으로 피자가게 컨설팅에도 나섰다. 몇 군데를 도와줬는데 자신보다 매출이 높은 가게까지 나왔다.
●1000만원 투자… 한달 순익 300만~400만원
그의 창업자금은 소형트럭과 오븐 등을 합쳐 1000만원이 투입됐다. 하루 팔리는 피자는 80∼100개, 하루 매출액은 40만∼50만원이다. 한달에 1500∼2000개 팔리는 피자는 4년 동안 줄잡아 10만개 정도 구웠다. 매출에서 순이익 비율은 40%, 월 300만∼400만원의 순이익을 거둔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에는 사람들이 이탈리아 빈대떡인 피자를 더 찾습니다. 봄·가을에 매출액이 높으며 아무래도 너무 덥거나 추운 날에는 매출액이 30%정도 떨어지죠.”
오후 5시에 문을 열어 자정이나 새벽 1시까지 장사를 한다. 오후 5∼6시,9∼10시에 손님들이 몰린다.
대부분 한 번씩이라도 먹어본 사람들이 찾으며 젊은층이 많다. 저렴해서 한꺼번에 몇 판씩 구입하는 손님도 있다. 매출에서 불고기와 콤비네이션피자가 70%를 차지한다.
“재료는 다른 피자가게처럼 공급업체에서 받아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대신 토마토소스는 제가 변형시켜서 직접 만들어요. 제 아이들이 먹는다는 심정으로 피자를 구워내며 손님들이 요구하는 세심한 부분까지 모두 들어줍니다.”
우연찮게 피자장사를 시작했지만 슈퍼마켓과 우유가게를 통해 쌓은 이력은 손님을 대하는 방식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재빠르게 구워야 하며 손님들이 다양하게 요구하는 탓에 짜증이 날 법도 하다. 하지만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다.
피자에 콜라를 끼워 팔면 매출액이 높을 것 같다고 제안하자 그것은 인근 가게의 몫이라며 사양했다.
“불황에 저렴한 피자가 맞아떨어진 셈이죠. 하지만 노점은 자리가 불안정해 여러가지로 애로사항이 많아요. 내 가게를 열 정도로 기반이 잡히면 피자와 다른 업종을 섞어 점포를 하나 낼 생각입니다.”
글 사진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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