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는 20일 사적 제436호로 지정된 제기2동 ‘선농단’에서 ‘선농제향(先農祭享)을 올린다.
선농제향이란 조선시대 역대 국왕이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입춘 뒤 첫 해일(亥日)이 되면 선농단에서 농업신으로 모시던 신농씨와 후직씨에게 지내던 제례를 말한다.
이때 왕은 제사를 지내면서 쟁기를 들고 밭을 가는 친경(親耕)을 몸소 실행했다. 제례가 끝난 뒤 왕은 행사에 참여한 백성들에게 소를 잡아 국밥과 술을 내렸는데, 그 국밥은 선농단에서 내린 것이라 하여 ‘선농탕(先農湯)’이라 불렀고 이것이 오늘날 설렁탕의 유래가 됐다.
●동대문·성북구등 풍요·안녕 기원
선농재향과 친경은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중단됐다가 1979년부터 제기동 마을주민들이 조직한 ‘선농단 친목회’를 통해 매년 곡우(穀雨)날 다시 열리게 됐다.1992년부터는 동대문구를 중심으로 농림부와 동대문 문화원, 선농제향 보존위원회가 공동주관하는 국가행사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본행사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동대문구청에서 선농단까지 약 1.3㎞구간에서 학생과 주민 300여명이 함께 참여하는 어가행렬이 재연된다. 경찰악대와 의장대, 기마대 등이 어가행렬의 앞뒤를 호위한다.11시 본행사인 선농제향 봉행이 끝나면 커다란 가마솥에 설렁탕을 끓여 참여한 구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백일장 등 문화행사도 이어진다.
홍 구청장은 “조선시대 임금이 직접 봉행했던 선농제향은 동대문구만의 지역행사가 아니라 전국의 풍년과 안녕을 비는 국가적 행사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북구(구청장 서찬교)는 다음달 6일 사적 제83호로 지정된 성북동 선잠단지에서 ‘선잠제례(先蠶祭禮)’를 개최한다.
선잠제례란 양잠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하여 고려 시대부터 국가적인 행사로 매년 봄 길한 뱀날(巳日)에 잠신(蠶神)인 서릉씨(西陵氏) 신위를 모시고 지낸 제례를 뜻한다. 조선시대에는 이날 왕비가 직접 누에치기에 나서는 침잠례(親蠶禮)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농제향·선잠제례등 다양
이 행사 역시 대한제국 말기인 1908년부터 중단됐다 지난 1993년부터 구청 주관 아래 다시 열리게 됐다.2003년부터는 구청 대신 주민들이 참여하는 ‘선잠제 보존위원회’를 통해 열리고 있다.
이날 행사는 추계예술대 학생들의 제례악 연주와 함께 봉행하게 되며 ▲신을 맞아들이는 의식인 ‘영신례’ ▲신위에게 예물을 올리는 의식인 ‘전폐례’ ▲신위에게 첫 잔을 올리는 의식인 ‘초헌례’ ▲신위에게 둘째 잔을 올리는 의식인 ‘아헌례’ ▲신위에게 셋째 잔을 올리는 의식인 ‘종헌례’ ▲제주가 복을 받아 작을 올리는 의식인 ‘음복례’ ▲축문을 태우는 의식인 ‘망료례’의 순서로 진행된다.
서 구청장은 “왕이 친경을 하고 왕비가 친잠례를 하면서 신하와 백성 앞에 나서 솔선수범하던 정신과 몸가짐을 오늘날 이어받을 수 있는 소중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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