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영재 송유근군
“영재에 적합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얼마전 초등학교를 만 7살에 졸업한 송유근(7)군의 어머니 박옥숙(45)씨는 유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유근이는 재작년 유치원에 입학했지만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친구들이 자꾸 때려 어울리지 못한 탓이었다. 밤에는 잠꼬대를 하며 끙끙거리기까지 했다. 주변의 조언을 받아 태권도장에 보낼 생각도 했지만 그만뒀다. 원래 사물을 깊이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유근이가 태권도를 배우는 것은 아이랑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다.
대신 유치원을 그만두게 하고 집에서 직접 가르쳤다. 박씨의 전직은 초등학교 교사.17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쳐왔기 때문에 아이 교육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박씨는 “태권도를 가르쳐서 아이의 성격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면서 “아이가 잘 맞지 않는다는데 굳이 남들하고 다 똑같이 유치원에 보낼 필요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유근이의 특징은 한 가지 일에만 오랜 시간 몰두하는 것. 동물원에 가도 한 가지 동물만 3∼4시간 지켜보는 것은 기본이었다. 박씨는 “이런 아이가 40분마다 새로운 내용을 배워야하는 초등학교 정규 수업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걱정이 많았지만 이같은 어머니의 판단은 정확했다.
한 번 수학책을 잡으면 10∼14시간 동안 꼼짝없이 앉아 몰두했다. 유근이는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한 지 일곱달 만에 고등학교 과정인 미적분까지 이해했다. 지난해 8월말에는 독학으로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만 6세의 최연소 나이에 땄다. 지난해 6월부터는 인하대 과학영재교육원에서 일주일에 한차례 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대학 교육 수준인 피보나치 수열과 디지털 공학, 초고속 집적회로 하드웨어 기술언어(VHDL)를 배우고 있다. 유근이는 “나는 한 가지를 오랫 동안 깊이 다루어야 재미있는데 학교에서는 40∼50분이 지나면 다른 과목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집에서 책을 보면 좋아하는 분야를 오래 볼 수 있어 흥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점이 좋다.”며 나름대로의 독학 예찬론을 폈다.
아버지 송수진(45)씨는 “만일 유근이가 학교에 가서 수업 시간이 바뀌는데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다른 행동을 하면 산만한 아이로 오해받았을 것”이라면서 “이런 교육으로는 유근이의 재능이 보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생.
▲IQ:측정한 적 없음
▲2003년 유치원 입학 5개월만에 집에서 교육 시작
▲2004년 6월 인하대 과학영재교육원 입학
▲2004년 8월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 최연소 취득
▲2004년 12월 정보기기운용기능사 자격증 최연소 취득
▲2005년 4월 경기도 남양주시 심곡초등학교 졸업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글짓기 영재 이종현군
“책을 많이 읽으면 글감이 쏙쏙 떠오른데요.”
글짓기 부문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는… 글짓기 부문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는 잠원초등학교 이종현군이 어머니와 함께 그동안 감명깊게 읽은 부분을 다시 읽어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조씨는 이같은 종현이의 재능을 더욱 키우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글짓기 학원은 단기적인 효과를 올리기 위해 형식에 치우친 교육을 할 것이고 결국 아이가 판에 박힌 사고를 할 것이라고 생각해 학원에는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즐기면서 많이 읽으면 글감이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 종현이에게 좋아하는 역사와 과학 관련 책을 사다주며 읽혔다.
이후 조씨의 주말 주요 일과는 대형 서점에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역사와 과학 관련 책을 20권씩 사다 종현이 주변 여기저기에 두었다. 화장실에도 책장을 만들고 변기 위에도 책을 6∼7권씩 쌓아두었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지켜봤는데 놀다가 심심하면 책을 읽더라.”고 말했다. 종현이의 관심사가 바뀌면 또 관련 책을 20여권씩 사왔다. 조씨는 “절대로 억지로 시키지 않았고 단지 책이랑 자꾸 친하게 해주었을 뿐”이라면서 “보통 학부모들이 빨리 성과를 보려고 학원에 보내는데 이는 창의성 개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종현이의 독서량은 하루 평균 2권. 일년이면 700∼800여권에 이른다. 가장 좋아한다는 책은 삼국지로 20번을 읽었다고 한다. 요즘은 소설에 취미가 붙어 ‘혈의 누’와 ‘안네의 일기’,‘로빈슨 크루소’ 등을 읽고 있다. 종현이는 “책을 많이 읽으면 상상력이 커지는 느낌”이라면서 “문장력이 좋아지고 문맥을 이을 때 시간이 줄어든다.”고 독서의 효과를 말했다. 조씨는 “책을 많이 읽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인 것 같다.”며 학부모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1994년생
▲IQ:140
▲2001년 잠원초등학교 입학
▲2001년 ‘우리말 우리글 바로쓰기 대회’ 웅변 부문 최우수상
▲2002년 ‘제15회 전국 장애인 종합예술제’ 웅변 부문 최우수상
▲2003년 ‘제16회 전국 장애인 종합예술제’ 웅변 부문 전체 대상
▲2004년 ‘과학기술진흥 전기안전 산업안전 전국웅변미술 글짓기 대회’ 과학글짓기 부문 전체 대상
▲2005년 제12회 ‘2005 전국예술대회’ 글짓기 부문 전체 대상
▲2005년 한국일보 동시 부문 으뜸상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스피치’대회 우승 이호진군
“영어로 일기를 쓰면 실력이 쑥쑥 올라갑니다.” 지난달 23일 아리랑TV와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하는 ‘어린이 영어 스피치 대회’에서 우승한 리라초등학교 이호진(11)군. 어머니 박효정(39)씨는 “1년간 쓴 영어일기가 영어실력 늘리는데 1등 공신”이라며 영어일기의 효과를 소개했다. 그는 “호진이가 영어공부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큰 상을 받은 것은 양보다는 공부방법이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호진이의 뛰어난 영어실력은 엄마인 박씨의 경험 덕분이었다. 신혼 시절 미국에서 3년 동안 지낸 경험이 있는 박씨는 당시 영어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영어 일기를 쓰면서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 박씨는 이후 당시 경험을 떠올리면서 영어일기 쓰기를 시켰다. 호진이가 3학년 때였다.
박씨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 일기쓰기를 하면서 언어는 쓰기와 말하기, 읽기가 함께 연관돼 있어 함께 공부해야 말하기도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초등학교 때 일기를 선생님한테 제출하던 생각이 떠올라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기는 분명히 초등학교 언어 교육에 도움이 된다.”면서 “호진이도 처음에는 3줄도 쓰기 버거워 했지만 요즘은 30줄도 큰 어려움 없이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그러나 영어로 일기를 쓰기 전에 기본적인 문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바로 영어로 쓰는 것은 무리이고 먼저 구조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러나 아이들이 처음부터 딱딱한 책으로 공부하면 흥미를 잃게 된다.”면서 “호진이는 생활영어를 하면서 문법을 하나씩 같이 공부시켰다.”고 설명했다.
호진이의 경우 영어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 영어동화를 읽게 했다. 박씨는 “‘아기돼지 3형제’와 ‘신데렐라’등 모두 20여편의 영어동화를 CD로 듣고 크게 따라했다.”면서 “동화를 읽으면 내용이 재미있어 계속 읽게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호진이가 영어를 잘하게 된 데는 운동도 큰 몫을 했다.”고 강조했다. 영어는 적극적인 아이들이 금방 배우는데 운동하면서 자연스레 익힌 활발해진 성격이 영어를 배우는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었다.
박씨는 아들의 영어실력이 뛰어난 편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영어 유치원에는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경제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영어 유치원에서 영어를 쓰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한국말을 쓰게 돼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94년생
▲IQ:146
▲2001년 리라초등학교 입학
▲2004년 ‘리라 영어스피치 대회’ 은상
▲2005년 ‘제2회 어린이영어 스피치 대회’ 대상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전문가들의 교육 조언
“관심을 갖고 지켜보되 성적으로 섣불리 판단하지 마세요.”
국내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영재교육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학부모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영재인지 아닌지 빨리 결정하려 하지 말고, 잘 하는 부분이 있는지 차분히 지켜보고 도움을 받으라는 설명이었다. 전문가들이 영재에 대해 “지적 능력이 높고 창의성이 있고 과제 집착력이 강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서혜애 박사는 “영재는 일반인보다 사고력이 좋고 문제 해결력이 탁월하며, 답을 얻은 후 연관된 또다른 질문을 하는 등 이해력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영재들이 흔히 고정적인 틀을 깨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 가령 13을 반으로 나누면 1과 3을 나눠 ‘1과 3’이라는 답을 내놓거나 남대문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방법에 대해 대중교통 수단 외에도 “굴러가거나 누워서 가는 법도 있다.”고 대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서 박사는 영재 교육 방법에 대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스티븐 추의 부모를 예로 들었다.“그의 부모는 무엇인가를 만들며 주변을 소란스럽게 하는 아들을 한 번도 나무란 적이 없었다. 단지 책을 많이 읽기를 권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관련 책을 아이 주변에 놓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면서 “아이의 취향을 따지지 않고 여러 학원에 보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궁금증을 일으키는 질문을 자주 하라고 당부한다. 가령 새를 보면 이름을 가르쳐주기보다 새가 나는 원리를 물어보는 식이다.
서울대 채승언 과학영재교육센터장은 창의적인 생각을 유도하는 다양한 질문을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의자를 몸을 받치는 것이라고 가정하고 의자를 만들어보라고 하면 유아는 다양한 모양을 상상할 것”이라면서 “창의적인 질문이 창의성을 잃지 않도록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다른 것을 못 해도 한 가지만 특출나게 하면 영재로 볼 수 있다.”면서 “가령 공부를 못 해도 요리엔 영재일 수 있기 때문에 학창 시절 성적이 떨어진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영재학회 김원주 고문은 “먼저 아이들을 오랫동안 주의깊게 관찰하되 만일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영재의 특성을 보이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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