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집값 상승을 억제하면서 세제 강화라는 정책상의 명분을 살리고, 국토균형발전과 세수의 안정적 확보도 동시에 꾀한다는 취지다. 당정은 그동안 6차례의 부동산 대책협의회를 거치면서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기준 마련에는 상당히 고심한 게 사실이다.
내년부터 2주택 이상 보유자에는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되고 2007년부터 양도세율까지 올라가면 조세저항에다 거래 위축에 따른 집값 재상승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도세를 수도권 이외의 지방개발사업에 쓰겠다고 밝히면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는 것에 대한 일부 지역과 다주택자들의 반발은 국토균형개발이라는 명분에 가려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양도세 중과는 수도권 투기지역 한정
정부의 한 관계자가 “양도세 중과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의 투기지역에 한정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나머지 지역에서 양도세 중과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적극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게다가 늘어나는 양도세를 지방 낙후지역에 지원하면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부의 재분배’ 정책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예컨대 양도차익이 1억원일 경우 지금은 과표구간에 따라 9∼36%의 누진세율을 적용, 양도세는 2430만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2007년부터 단일세율 60%를 적용하면 내야할 양도세는 6000만원이 돼 세부담은 3570만원이나 늘어난다.
전부는 아니지만 늘어나는 양도세의 일정 비율만큼을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에 편입시키면 도시권 고소득층의 소득이 지방의 저소득층으로 이전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균특회계´ 재원 확보 큰 도움
지난해 양도세 세수는 3조 8000억여원으로 집계됐다. 물론 이 가운데 다주택자들이 낸 양도세가 얼마인지 따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양도세 중과분을 활용하면 균특회계 재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균특회계 규모를 매년 8.2%씩 증액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주세 100%를 제외하곤 재원마련 방안을 확실히 세우지 못했다. 그러나 양도세 증가분을 포함시키면 주세와 함께 세금만으로도 균특회계 재원의 절반 이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정부로서는 ‘꿩먹고 알먹는’ 격이 된다.
문제는 내년부터 실가과세 등으로 부동산 취득에서 처분에 이르기까지, 매단계마다 세금이 일제히 올라가는 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다. 당정은 취득·등록세의 인하 방침과 양도세 중과 예외조항이 ‘8·31 종합대책’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전반적인 세부담 증가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세제정책 치중… 효과 미지수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가 전체적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많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것은 조세저항을 어느 정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 효과가 가시화할지는 불투명하다.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상황에서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세제 정책에 너무 치우쳐 ‘엇박자 카드’를 꺼낸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