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세종로 문화관광부 청사를 찾아 사행성 성인오락 ‘바다이야기’파문에 따른 업무보고를 받은 뒤 김명곤 장관과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한 총리는 김 장관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사행성 게임 확산으로 국민들의 걱정이 크고 사회적으로 들끓고 있다.”며 우회하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어 작심한 듯 “문화부의 대처 방안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직설적 화법으로 나무라기 시작했다. 문화부는 물론 총리실 관계자까지 발언 수위에 놀라는 눈치였다. 찬바람을 싫어하는 한 총리의 ‘온도’에 맞춰 에어컨을 약하게 틀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실제로 한 총리는 그동안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특별단속을 지시하고, 감사원에도 특감을 요청하는 등 사행성 오락에 ‘빨간 경고등’을 계속 켜왔다. 그럼에도 사태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만큼 ‘내각 기강잡기’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한 총리의 질책은 “앞으로 문화부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에 잘 응해 한 점도 의혹이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해소하라.”고 당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국민들에게는 “걱정을 끼쳐 드려 내각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죄송하다.”고 사과표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총리의 문화부 방문이 ‘의도된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여권 실세 개입설 등으로 ‘바다 이야기’파문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책담당부처인 문화부를 질책함으로써 단순히 ‘정책적 오류’로 몰고가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2006-8-23 0: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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