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소통 하는데 큰 도움”
29일 오후, 조용하던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건물이 초등학생 20여명의 등장으로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일터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여기저기 돌아봤다. 세종로 정부청사관리소가 개최한 ‘공무원 자녀 성격, 진로, 학습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다. 아이들은 카드놀이및 직업흥미와 관련된 6가지 캐릭터 검사(RIASRC)를 통해 개별적인 적성상담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은지(11)양은 “엄마가 일하는 건물 안에서 상담을 받으니 편하고 재미있어서 또 오고 싶어졌다.”고 말했다.●“재미있어 또 오고 싶어요”
관리소가 방학을 맞아 개설한 자녀상담 프로그램이 자녀를 둔 공무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코스는 지난해 여름방학 때 처음 실시한 이후 두 번째로, 이번주에 문을 열었다. 가족상담 전문인 이음세움 심리상담센터와 계약을 맺고 선착순으로 상담을 한다. 지난해 일회성 프로그램이었는데도 68건의 심리상담이 진행되는 등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상담원은 전원 교육상담이나 아동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전문인력이다.
이번에 진행된 방학 특강은 유아·초등·중등·고등부 등 4개 그룹별로 열렸다. 유아는 놀이 학습, 초등자녀는 진로·적성검사, 중학생은 학습컨설팅, 고등학생은 대입전략·학업스트레스 상담 등이다. 정은미 정부청사 상담지원센터장은 “상담별로 20명 내외 선착순인데 신청자가 2배를 넘어 상담횟수도 2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신청자는 개별적으로 상담센터를 방문하면 5회까지 무료상담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총 110명이 센터를 찾아 300여건의 자녀, 가족상담을 받았다.
공무원들은 아이들 방학을 이용해 일터에서 짬을 내 성격, 학습 교정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것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데리고 온 행안부 인사실 직원 김모(43)씨는 “사춘기에 들어선 아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 돼 걱정이었는데 내부 게시판에서 우연히 알게 돼 방문했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일회성이라도 아이들 성격문제나 진로를 짚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사설센터를 이용하면 1회에 10만원을 훌쩍 넘기는 비싼 상담료 부담도 덜 수 있다.
5급 사무관인 엄마를 둔 초등학교 3학년 민지(가명)는 언제부턴가 부모에게 심하게 대들고 성적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은 많았지만 능률은 오르지 않았다. 이번 상담에 지원한 민지와 엄마는 불안감이 공부 방해요소라는 걸 알게 됐다. 정 팀장은 민지 엄마에게 “가급적 자주 전화통화로 딸에게 목소리를 들려주라.”고 조언했다.
●올 상담코스 25회로 늘리기로
정부중앙청사 어린이집에 다니는 6살 영훈(가명)이는 왕따다. 집에서는 떼를 심하게 부렸다. 놀이상담을 한 결과 섬세한 성격을 가진 영훈이의 욕구를 부모가 잘 살펴주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훈이 가족은 주말마다 놀이학습을 추가로 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맞벌이 공무원의 경우 자녀 양육문제를 놓고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김수임 이음세움 심리상담센터 객원상담원은 “공무원 부모들이 다른 직업군보다 학습·진로상담에 대한 관심도가 확실히 높다.”고 말했다.
청사관리소 측은 올해 각종 상담코스를 25회로 늘리고 5월엔 행복한 가족 만들기 책자 만들기 과정을 운영해 지원할 계획이다. 공무원들은 리더십 프로그램, 스트레스 특강 등 다른 분야로도 강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김가영 관리총괄과장은 “직원 상담 프로그램의 효용과 만족도가 큰 만큼 올해 다른 청사까지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10-01-30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