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63) 광진구청장은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역사를 바로 알면 행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어떻게 주도해야 할지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가 역사공부를 통해 얻은 자치행정의 진리는 ‘행정가는 청렴하고 투명해야 하며, 주민이 원하는 일을 찾아 그들의 편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30년 시정 참여 잔뼈굵은 행정통
1983년부터 30년 가까이 서울시에서 잔뼈가 굵은 행정 전문가인 김 구청장은 자신의 자리를 놓고 인사청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공무원으로 소문났다. 건설부와 서울시 요직에서 사무관 생활을 10년 동안 했지만 승진·전보 부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충분했고, 쓸데가 있고 쓰여질 곳에 쓰여진다면 족했다.”고 회상했다.
김 구청장은 공무원으로서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의 부친이 당부한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산다. 그의 아버지는 “공무원은 항상 사표를 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무원에게는 무엇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귀족의 의무)를 실천하며 소신있게 일하는 윤리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타이틀에도 연연하지 않는 공무원이다. 구청장 인수위원회도 가동하지 않았다. 직책은 일을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리가 존재하는 것이지 자리 하나 더 채운다고, 자리만 지키고 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강남구청에서 총무국장으로 재직하던 때다. “처음으로 직원들에게 여직원이란 표현을 쓰지 말도록 했어요. 여자든 남자든 직원이면 그냥 직원이라고 못을 박았죠.” 너도 나도 개혁을 부르짖지만 변화는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는 게 공무원생활에서 얻은 지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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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소야대 민선5기에 대해서도 쿨했다. 그는 “유리할 것도 불리할 것도 없다. 말 그대로 민중이 뽑아준 구청장에게는 여야가 따로 없다. 민생자치 실현을 위해 정치적인 접근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구의 구간 지하화 추진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교육·보육·복지분야다. 김 구청장은 “서번트로서 구청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면 먼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 확보가 시급하다.”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안정된 삶의 질을 위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2만여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자영업 종합지원센터’를 개설할 방침이다. 방과후학교 전문강사를 두 배로 늘리고 어린이집 보육교사 증원, 중증장애인 돌보미 등으로 엄마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한강을 끼고 있는 지역인 만큼 지역개발은 명품 수변도시 개발에 맞췄다. 동시에 강변~건대역, 중곡~군자역 ‘첨단·지식산업 특구’ 개발도 추진한다. 도심개발과 동시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다. 구의동 일대 지하철 2호선 지하화 공약 실천에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26년이 지나 흉물스러운 고가구조물이 지역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강남·북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상징물이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나 경제적 효과 등을 꼼꼼히 따져 처리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하화가 돼야 하는 이유와 경제적 효과에 대한 확실한 연구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공무원은 주민을 위한 사업이라면 최대한 서비스를 다해야 한다.”며 “구민과 잘 통하는 행정리더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기동 광진구청장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했다. 22회 행정고시 합격후 30년간 공직에 몸담은 행정전문가. 1980년 건설부 주택정책과 사무관으로 시작해 10년간 서울시 건설관리국·기획관리실·도시계획국·주택국 사무관 등을 거쳐 광진구 부구청장, 중구 부구청장 등을 지냈다. 부드러운 인상과는 달리 일처리에 있어서는 소신과 뚝심으로 밀어붙인다는 평가다.
2010-07-09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