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조선조 대학자 채제공 선생 후손들이 사는 전통의 명문가 마을로 삼성전자 탕정 LCD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대부분의 대규모 개발지역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보상·이주 반발과 달리 기업과 주민이 껴앉고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탕정LCD단지를 ‘삼성 디스플레이 시티’로 선포했다. 내년에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삼성 가족 3만여명이 거주한다. 블루 크리스탈 주민들도 이들과 한 가족처럼 살아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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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삼성이 탕정단지를 개발할 때 보상과 토지수용 등에 적극 협조했다. 주민들은 이례적으로 국토해양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수차례 찾아가 “삼성이 산업단지를 빨리 조성할 수 있도록 수용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삼성이 하루빨리 LCD단지를 만들 수 있도록 토지보상 8개월 만에 이주작업을 모두 끝냈다.
양쪽이 애초부터 상생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3월 이곳에 산업단지 지구지정 요청이 있자 원주민들은 ‘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반대운동에 나섰다. 삼성에 대한 특혜시비를 제기하며 충남도청 앞에서 수차례 집회를 열었고, 산업단지 지정취소를 요구하는 소송도 냈다.
하지만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상생의 길로 접어들자 소송 등을 모두 취소하고 손을 맞잡았다. 단체 이름도 2005년 2월 ‘반투위’에서 지금의 ‘재정착발전위’로 바꾸었다. 마을 조성이 끝나면 삼성전자 가족을 상대로 음식점과 원룸임대업 등을 운영할 수 있다.
탕정산업단지 주민재정착발전위원회 김환일(46) 총무이사는 “주민들이 동시 공동 건축과 패션·음식점거리 등 통일된 컨셉트로 마을조성에 나서 개발 초기에 나타나는 슬럼화를 막을 수 있다.”며 “기업이 단순 보상에 그치지 않고 주민 재정착을 돕는 것은 우리 마을이 처음일 것”이라고 반겼다.
주민들의 협조에 삼성은 이주정착 마을 조성으로 화답했다. 탕정LCD단지 바로 앞에 원주민 이주마을 ‘블루 크리스탈’을 조성키로 한 것. 마을 이름은 탕정LCD단지가 이른바 ‘크리스탈밸리’로 불리는 데서 따왔다.
삼성은 마을에 도로와 조경 등에 쓰일 40억원어치의 자재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마을이 완공될 때까지 주민들이 거주할 아파트도 인근 천안·아산에 얻어주었다. 주민들은 집 걱정 없이 관리비 등만 내고 무료로 아파트에서 편하게 살고 있다. 삼성은 주민들에게 함바(공사장 식당) 운영권도 내주었다. 이주단지 분양가도 다른 곳보다 싸다.
김용수 삼성물산 탕정 보상사업소장은 “다음달 원주민들에게 이주단지 토지를 분양할 계획”이라면서 “삼성전자 직원들도 주민들을 적극 돕고 있다.”고 밝혔다.
아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2010-09-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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