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평가 기준없어 관계기관들 엇박자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포함된 도로와 공원 등 공유지를 빌려 쓴 조합이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수수방관하고, 공유지의 가치를 평가할 기준도 없는 실정이다.법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반대 상황이 빚어지는 ‘같기도 법’ 때문이다.
법을 관리하는 중앙부처와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지방자치단체 간 엇박자도 한몫한다. 그동안 7년 넘게 방치된 탓에 바로잡는 데도 여기저기 한계가 엿보인다.
논란을 없애려면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이뤄지는 관행을 법에 맞추든, 법에 관행을 반영해야 한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모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누가 총대를 멜 것이냐다. 관계기관들은 “권한 밖”을 내세운다. 이는 ‘책임 떠넘기기’로 비쳐질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근간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담당하는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법을 손질하려면 관계기관 간 협의가 필요하며, 언제든 응할 용의가 있다.”면서 “하지만 현장(지방자치단체)에서 법령 개정을 위한 건의나 협의 요청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공유지 관리의 기준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 관계자도 “이미 공유지에 임대료를 부과토록 지침을 개정하는 등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했다.”면서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불거지는 모든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는 목소리도 중앙부처와 유사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면서 “법령을 다루는 중앙부처에서 조율해야 할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자치구 관계자도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상급기관에서 그동안 아무런 지적이 없었다.”면서 “이제 와서 현장이 주도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소급적용 가능여부, 사안따라 다르다
법에 관행을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법이 잘못됐다는 점을 관계기관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법에 맞춰 관행을 바꾸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그동안 사업 허가(사업시행인가)를 내준 지역에 대한 처리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어서다.
조합에 사업시행인가를 내줬어도 공유지 가치를 재평가하고, 임대료를 나중에 부과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무작정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 지방재정법은 지자체가 금전 지급 등을 목적으로 하는 권리를 5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5년 이내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지역만 소급 적용할 수 있다. 2003년 7월 도정법 시행 이후 2005년 9월 사이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지역은 법적으로 소급 적용할 수 없다.
법이 아닌 현실적인 이유로 소급 적용하기 힘든 지역도 있다. 2005년 10월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어도 사업이 모두 끝나 조합이 해산된 곳이 여기에 해당된다. 소급 적용할 대상이 사라진 것이다. 조합원들을 일일이 찾아내 개별적으로 부과·징수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소급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해도 자칫 형평성 논란과 조합 측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쉽게 결론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010-10-14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