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 정릉 교수단지 정원축제
“남의 집 정원 구경하기가 어디 쉽나요. 꽃구경도 하고 차도 얻어 마시니 성북구 교수마을 정원축제에서는 마치 차원이동을 한 듯한 즐거움을 맛봅니다.”지난 20~21일 올해로 네 번째 열린 서울 성북구 정릉 교수단지 정원축제를 찾은 이들이 한 말이다. 1965년 서울대 교직원들이 문화재청으로부터 땅을 사서 조성한 교수단지는 서울 도심에 남은 몇 안 되는 단독주택 마을이다.
2008년 재개발을 반대한 주민들은 ‘정릉마실’을 만들고, 2014년부터는 마을보존과 주민화합을 위해 정원을 기꺼이 개방하는 정원축제도 열고 있다. 정릉마실은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도 2014~2015년에 뛰어들어 정원축제 외에도 골목길 꽃밭조성, 역사힐링투어, 도자교실 등 주민들의 참여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성공적인 마을 공동체 역사를 쓰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교수단지 주민들은 보조금 85%에 주민부담 15%를 포함해 모두 700여만 원으로 정원축제와 효소만들기 체험교실 등을 열었다. 올해는 예산 지원 없이 자생적인 정원축제를 열었다.
11개의 주택 정원이 참여한 축제는 집주인이 수십 년 정성들여 가꾼 정원을 탐방할 기회다. 백세 며느리댁, 쌈지정원, 행복한 뜰, 하모니가 있는 집 등 특색 있는 문패가 붙은 정원을 구경하노라면 집주인은 정원 자랑에 여념이 없고, 방문객들은 따뜻한 정과 꽃향기에 취한다. 정원음악회, 사진전, 연극공연, 들꽃자수전 등도 열리고 집주인이 손수 만든 부추전, 꽃비빔밥도 맛볼 수 있다.
지난 21일 정원축제를 찾은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마을만들기 사업이 쉬운 일이 아닌데 성북구의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해 노력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정원축제 참여자들에게 인사했다. 정원축제를 통해 재개발 과정에서 소원해진 교수단지 이웃들의 관계도 회복됐다. 주민들은 자신이 손수 가꾼 정원을 찾아 감탄사를 연발하는 방문객을 통해 자긍심과 보람을 느낀다. 김 구청장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축제는 서울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여유로운 시간을 준다”고 말했다.
이날은 마을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는 단체들이 구청장과 격의 없이 이야기하는 소통의 자리였다. 한 주민 대표는 “올해 처음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도전했는데, 주민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정말 어렵다”며 “이번 간담회를 통해 공모사업 진행 비결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2016-05-2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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