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자네가 지난달에 인터넷에 접속한 사이트를 조사해봤더니,자네,정말 겉보기와는 다르더군.내가 없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잘 생각해보게.배웠다는 사람이 어찌 그런 사이트를 기웃거릴 수 있나? 다른 말하지 않겠네.한 마디로 실망일세.
이건 자네가 지난달에 쇼핑을 한 내역일세.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면 그 사람의 친구를 보라는 건 옛말일세.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이 무엇을 사고 싶어하고,무엇을 갖고 싶어하는지를 알라는 말도 있네.자네가 산 것을 잘 생각해보게.음반에 비디오에 DVD,애들도 아니고 그게 다 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자네가 단골로 드나드는 병원에서 제공한 자네의 병력이고,이쪽은 자네 집안의 병력일세.이 자료를 보니 자네 집안의 건강이 말이 아니더군.아버님은 고혈압이시고 어머니는 당뇨병이시더구먼.고혈압과 당뇨는 유전성이 강하다는 사실쯤은 자네도 알 걸세.요즘 세상에 물려줄 것이 없어서 자식에게 병을 물려준다는 말인가? 나는 이런 질병들을 나의 외손자에게 물려줄 생각이 없어.자네,똑똑한 친구니까 내가 지금 자네에게 무얼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겠지.한 마디로 자네는 사위로 아웃일세.아웃!
누가 장밋빛 테크노피아라고 했던가.이 친구는 지금 정보 테크놀로지가 한없이 저주스럽다.컴퓨터만 없었다면,카드 리더기와 자동 결제시스템이 없었다면,더구나 개인의 정보를 저장하는 막강한 데이터베이스가 없었다면 이 친구가 이렇게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에서는 국가의 적이라는 이유로 개인을 감시한다.테크놀로지는 그 감시에 엄청난 효율성을 제공한다.그러나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국가만이 감시의 주체라고 할 수 없다.이제 모든 사람이 감시의 주체가 될 수 있다.앞으로 미래의 장인 어른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젊은이들은 늘어날 전망이다.기술,무엇을 위한 기술인지,누구를 위한 기술인지 숙고해볼 일이다.
서울 배문고 교사 desert44@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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