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같은 세입·세출 예산안에는 많은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세수 전망치를 최대한 높게 잡아 이를 바탕으로 한 내년도 세입·세출 예산안이 부풀려졌을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백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주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세율인상분 7800억원도 세입 예산에 그대로 반영시켰다.
이 때문에 내년도 세수 부족액은 당초 예상되는 7조 8000억원보다 더 벌어져 국채 발행 규모가 늘고 연례행사가 된 추가경정예산도 어김없이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정부 내부에서도 이같은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세수 전망치 ‘장밋빛’
정부는 환율하락과 민간소비 지연으로 지난 7월까지 세수 진도율이 57.8%에 그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소비가 살아나 올해 세수 부족액은 4조 6000억원에서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정치권에서 거론된 8조원 세수 부족은 ‘기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하반기 경기를 낙관한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4·4분기 중 부가가치세가 11조원 걷힐 것이라는 전망에 국책 및 민간연구소들은 모두 고개를 젓고 있다.
정부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3.8%로 잡았다. 상반기 증가율이 1.9%인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5.7%나 증가해야 한다.
2·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2.7%로 높아졌지만 하반기 소비자 동향지수는 78로 계속 악화되고 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3·4분기 부가가치세를 9조원으로 잡았기에 4·4분기에만 부가가치세가 11조원이 되려면 민간소비는 20조원이나 증가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하며 1조원 정도 세수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연말 수출과 내수 움직임을 충분히 감안한 전망치였다.”면서 “경기회복이 더딜 경우 세수 부족액이 5000억원 정도 더 늘어날 수도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수치로 본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세수대란’ 발생할 듯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경제성장률을 5%로 밝혔지만 고유가 등을 감안하면 4% 달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UBS 증권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를 유지할 경우,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4%에 머물 것으로 점쳤다.
숙명여대 신세돈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하락과 고유가 등 대외여건이 악화돼 내년에 우리 경제가 3% 성장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증가율을 14.2%와 12.9%로 높여 잡은 것은 지나쳤다는 평가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끊기다시피 한 상황이어서 내년에 양도소득세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소주와 LNG 세율 인상이 백지화될 경우 세금은 1조원 가까이 부족하게 된다. 반면 세원이 부족한데도 사회복지 지출은 크게 늘려 내년에도 국채 남발과 추경예산 편성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올해 7000억원으로 전망한 종합부동산세마저 경기부양 효과가 적은 사회복지 분야에 쓰겠다고 밝힌 것도 세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종부세를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지방교부세’로 돌리겠다고 공언했으나 ‘땜질식’ 세출 예산 때문에 정부 공약이 2개월도 안 돼 바뀌게 됐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2005-9-28 0: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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