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동에 사는 김순희(50·가명)씨는 5년 전 남편의 거듭된 폭행으로 이혼했다. 하지만 여전히 재결합을 원하는 남편의 협박과 폭행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의 속상함은 이뿐이 아니다. 엄마가 맞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초등학교 2학년,1학년)이 공격적 성향을 보이고, 동네 불량 학생들과 어울리며 도둑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큰 애들에게 맞는 장면이 동영상에 찍혀 아이들 사이에 놀림감이 되고 있다. 정 팀장은 “폭력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머니조차 폭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정신적인 치료를 병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장면2 같은 날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 강훈(48·가명)씨가 부인 박소희(42·가명)씨의 계속되는 이혼 요구가 너무 힘들다며 전화상담을 요청해 왔다.
강씨는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 이혼만큼은 피하고 싶어 했다. 초기 상담을 마친 후 이 부부는 각각 면접 상담을 결정했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자녀에 대한 부부의 공통된 마음을 확인한 후 서로에 대해 요구하던 마음들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수차례의 상담을 마친 후 이 부부는 합의점을 찾았다. 부인은 이혼 소송을 취하했다.
●가정지원센터는 ‘가정 지킴이’
자치구 가정지원센터가 ‘가정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5년 7월에 문을 연 동작구 가정지원센터는 지난해 총 60개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가정 교육과 상담, 문화, 네트워크 분야에 모두 1만 3500여명의 구민이 참여했다. 특히 건강 가정상담 사업에는 모두 543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올해 상담 건수는 300여건으로 내용을 보면 이혼 전후 상담이 48%, 부부 상담 10%, 가족 상담 23%, 자녀 상담 9%, 기타 10%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비부부 교육은 미혼 남녀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결혼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주제들로 묶은 데다 갈등 해결을 위한 상대방의 이해 방법론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이다.
구로구 건강가정지원센터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개소한 지 4개월밖에 안 됐지만 ‘가정문제 도우미’로 자리를 굳혔다. 정 팀장은 “가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원하는 남성들이 부쩍 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70대 할아버지가 부인과의 불화를 상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아버지 교육에 올인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올해 화두는 ‘아버지’. 아버지에 대한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구로 건강가정센터는 지난 14일 아버지 400명을 대상으로 ‘여성의 사회참여를 위한 아버지 교육’을 실시했다. 이복실 팀장은 “메모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수시로 볼 정도로 다들 적극적이었다.”면서 “특히 수화로 강의 내용을 듣는 청각장애인 아버지도 있었다.”고 밝혔다.
구로구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아버지 교육을 실시한다. 단체나 관공서, 기업 등에서 교육을 요청하면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동작구도 기업과 연계를 통해 가정 내에서 소외되지 않는 남성의 지위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할 계획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07-4-25 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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