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의 주제는 ‘고정 관념을 깨자’. 장차 나랏일을 맡아 할 젊은이들이니 고리타분한 생각에 매이지 말고 창조적으로 생각하자는 의미겠거니 짐작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다되도록 여전히 연예인의 신변잡기에 대한 수다만 이어졌다.‘지금쯤이면 뭔가 메시지가 있을 텐데….’하는 기대에 응답이 없었다.
강연을 마무리할 때쯤 되어서 대상이 공무원시험 수험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훌륭한 사람이 되십시오.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인지는 스스로 정하세요.”
이날 학생들이 무슨 감흥을 얻고 갔을까. 텔레비전에서 보는 토크쇼를 현장에서 공짜로 즐겼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남았다.
아니 공짜라면 다행이겠지만 그 돈이 결국은 내 주머니에서 나간 학원비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그의 개그에 마냥 웃기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알고 보니 그는 몇달 전에도 비슷한 주제로 노량진의 다른 학원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의 강연 뒤에는 학원 측이 마련한 경품 추첨이 이어졌다. 경품에는 자동차 한대가 포함돼 있었다. 과연 자동차가 학생들에게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학원간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이날 행사도 학원이 벌인 마케팅의 일환이었지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경품으로 수험생을 유혹하기보다 질 좋은 강의로 보답할 수는 없을까. 낚인 건 나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snow0@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