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대 해당지역 출신 많아 집에서 출퇴근, 영상우주공원·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리모델링
‘권위의 상징’인 자치단체장과 기관장들의 관사가 사라지고 있다.관사 운영에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면서 매각이나 용도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다 민선시대를 맞아 해당 지역 출신들이 단체장으로 선출되면서 관사의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들은 넓은 정원과 큰 대문의 단독주택형 관사를 매각하고 운영비가 적게 드는 아파트를 관사로 쓰고 있다.
8일 충북 자치단체들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관사를 사용 중인 단체장은 충북지사, 청주시장, 청원군수, 괴산군수, 보은군수 등 5명이다. 청원군수와 보은군수는 아파트를 관사로 쓰고 있다. 절반이 넘는 8명은 자기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해당 시·군은 관사를 일반인에게 매각하거나 다른 시설로 리모델링해 활용하고 있다.
현재 충주시장 관사는 고등학생 기숙사로, 영동군수 관사는 자원봉사센터로 쓰고 있다. 비어 있는 제천시장 관사와 옥천군수 관사는 영상우주공원과 노인복지시설로 변경될 예정이다.
음성군과 단양군은 관사가 필요 없다는 군수 판단에 따라 관사를 민간에 팔았다. 2003년 개청한 증평군의 경우 초대 군수인 유명호 군수가 관사를 쓰지 않겠다고 해 아예 구입하지 않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자기집이 있는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관사를 쓸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충북도교육감 관사는 지난달부터 원어민교사 숙소로 활용되고 있다.
인천시장 관사는 역사자료관으로, 울산시장과 전북교육감 관사는 어린이집으로 바뀌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2006년 7월 취임과 동시에 관사를 처분한 뒤 개인 돈으로 아파트를 세 얻어 거주하고 있다.
제주지사 관사는 탐라게스트하우스로 개칭, 2004년 10월부터 일반인에 회의실과 자연학습장 용도로 개방되고 있다. 최근까지 2만 8355명이 다녀갔다.
경남지사 관사는 ‘경남 도민의 집’으로 이름을 바꿔 올해 1월부터 개방하고 있다. 1층은 도정 역사실로 꾸몄고, 2층은 경남도가 투자상담을 위한 비즈니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충북지사 관사 개방 운동을 추진했던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관치시대 유물인 관사가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아직 사용 중인 관사들도 용도를 변경하거나 매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도 관사에 막대한 예산을 쓰며 시대에 역행하는 곳도 있다. 대전지방경찰청은 최근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2배 비싼 142㎡(43평·전세금 2억 8000만원) 아파트를 청장 관사로 얻었다. 19층으로 대전시내가 한눈에 보여 ‘대전의 타워팰리스’로 불린다.
전국종합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2009-10-9 12: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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