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지문·자료 해석능력 평가문제 대비를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이 마무리되면서 수험생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다음달 22일 치러질 지방직 9급 시험으로 쏠린다. 국가직 시험이 지난해에 비해 어려웠다는 평가 속에 ‘공시(公試)족’들은 또 한 차례 도전할 기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이번 시험에는 모두 13만 6846명이 원서를 냈다. 서울시는 6월12일 7급 이하 공채를 실시한다. 서울신문은 에듀스파와 함께 최근 2년간 국가직, 지방직 시험 출제 경향을 바탕으로 지방직 대비전략을 알아봤다.☞<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2008년 지방직 수탁제(행정안전부가 시험출제)가 실시된 이후 지방직 특유의 출제 스타일은 점점 약화돼 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직 시험과 마찬가지로 긴 지문, 자료를 제시하고 이를 해석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들에 대비해야 한다. 또 ‘지방직 시험’이라는 분류를 따로 두지 말고 ‘공무원 시험’이라는 큰 틀에서 실전감각과 긴장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어
올해 국가직 9급 시험은 이론문법, 어문규정, 정서법, 한자어, 고유어 등에서 골고루 출제됐다. 비문학의 경우 지문 독해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파악하는 유형의 문제가 나왔다. 지난해 국가직에는 비문학과 어문규정이 많이 출제됐고 지방직에서는 비문학이 9개 항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하나로 묶이는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출제경향이다. 정채영 남부고시학원 강사는 “한두 차례의 출제경향 변화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출제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국어생활 파트의 문법, 어문규정, 정서법을 차근차근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강사는 15세기 우리 글자인 훈민정음과 관련한 문법, 명칭 등도 출제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영어
지난해 지방직시험은 국가직시험보다 지문이 짧고 단어수준도 평이했다. 올해 국가직 시험도 독해지문 길이가 대폭 늘어나 체감 난이도를 높인 점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볼 수 있다. 어휘문제의 경우 수험생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어휘가 2문제 출제됐고 숙어도 문맥상 유추해 풀이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가직 시험에 ‘치료견 문제’가 나왔고 올해 국가직에는 ‘경제악 문제’가 등장한 만큼 전문적인 내용과 생소한 단어가 출제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문장 속에서 힌트를 주는 단어를 찾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긴 지문에 대비한 호흡조절도 필수적이다.
●한국사
한국사는 최근 2년간 국가직 공무원 시험 중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론에 민감한 공무원 시험 출제경향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지엽적인 문제나 역사상식류의 문제들이 다수 출제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최근 출제경향에 7급, 9급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급수를 가리지 말고 기출문제를 충실히 풀어 대비해야 한다. 선우빈 강사는 “최근 한국사 문제들은 거의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패턴과 비슷해지고 있다.”면서 “중앙 및 지방정치 제도를 분류사적으로 접근해서 정리하고 문화사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행정법
2008년 국가직의 경우 행정법에서 주로 다루는 분야와는 거리가 있는 판례문제들이 출제돼 수험생들을 당황케 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출제문제 모두 행정법의 핵심쟁점을 다뤘다. 개정법령, 이론, 판례 등이 골고루 출제되고 있으나 올해 국가직의 경우 지문이 길어져 단편적인 내용만을 알아서는 고득점을 하기 힘든 문제들이었다는 평이다. 지난해 지방직의 경우도 예년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편이어서 기본이론에 충실하고 실정법과 판례를 주의 깊게 공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영 강사는 “최근 사례형 문제들은 행정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고 있어야 풀이가 가능하다.”면서 “최신 판례를 반드시 공부하고 응용능력과 사례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가직, 지방직 행정학은 단답형 문제 출제 비중이 늘고 기본사항 암기와 이해력을 측정하는 문제들이 다수 등장했다. 국가직은 기본개념을 깊이 다루는 한편 함정문제 출제로 변별력을 높였고 지방직은 평이한 난도의 기본내용을 주로 다뤘다. 올해 국가직에서도 수험교재 내에 있는 문제들로 전 분야에서 고루 출제됐다. 조은종 강사는 “수탁제 실시 후 지방직시험이 국가직시험과 닮아가고는 있지만 지방자치와 지방행정 관련 부분은 아직 특색이 살아있다.”면서 “지방 관련 사항들을 꼼꼼히 점검하되 뉴 거버넌스, 정책평가 등 빈번히 출제되는 주제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박경택 남부행정고시학원 상담실장은 “수업에 나오지 않는 등 국가직 시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수험생들이 많다.”면서 “혼란과 좌절을 떨치고 지방직과 서울시 시험에 적극 대비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재연 남상헌기자 oscal@seoul.co.kr
2010-04-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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