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사회적 기업 ‘꿈 더하기 베이커리’ 오픈
14일 오전 10시 영등포구 신길5동 337-209 상가건물 1층에 ‘꿈 더하기 베이커리’라는 작은 간판이 내걸렸다. 가게 문을 열자 빵 굽는 향기가 동네로 퍼져 나갔다. 20㎡ 남짓한 가게는 조길형 영등포구청장과 주민 등 50여명으로 북적였다. 이곳을 지역구로 한 김영주·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까지 찾아와 개점을 축하했다.처음 제빵 업무를 맡은 기승훈(34·지체장애 6급)·김규리(22·여·지적장애 1급)씨가 인사를 받은 주인공이다.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만든 빵으로 2시간 동안 얻은 매출은 95만원. 여느 빵집보다 20~30% 값이 싸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뜨거운 반응이었다. 기씨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만든 빵을 맛있게 먹으면 즐겁고 행복합니다. 더 필요한 것은 없어요.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하고 앞으로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기씨와 김씨는 지난해 9월부터 전국 유일의 제과·제빵 전문학교인 영등포구 한국제과학교에서 함께 공부했다. 이들이 교육 기회를 얻게 된 데는 영등포구의 배려가 결정적이었다. 조 구청장은 직접 지역 장애인에게 자립 기회를 주기 위해 6개월의 특별 교육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금도 성인 12명, 중·고교생 36명 등이 구의 지원을 받아 제과·제빵 기술을 공부하고 있다.
기씨만 제과점에서 보조업무 경험을 했을 뿐 두 명 모두 정규 이론에는 취약했다. 김씨는 ‘발효’나 ‘오븐’ 등의 단어조차 이해하지 못해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칼을 무서워해 만지지도 못할 정도였다. 10번 중 9번은 실수하는 수준이었다. 단어 하나를 익히는 데 한 달씩 걸리기도 했다. 결국 부모와 교사가 한마음으로 교육에 나섰다. 오세욱 교사는 “몸으로 익히도록 10번, 20번씩 반복해서 교육했다.”면서 “처음에는 본인 스스로 ‘나는 아무것도 못한다’며 주저앉았지만 서서히 빵 굽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웃었다.
아직 서툴다며 수줍어하던 기씨는 “식빵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4시간 동안 만들어 갓 구워낸 매끈한 빵을 주민들에게 선사했다. 김씨도 거들면서 연신 “고맙습니다.”를 외쳤다.
구는 서울시교육청에 요청해 올해 고3 교육 과정을 신설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조 구청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행정력을 집중해 장애인들을 위한 제2, 제3의 터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2-06-15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