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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노동자 용산보건소 결핵관리실에 편지

“낯선 나라에 와 돈이 없어서 폐결핵 치료도 못 받는데…. 게다가 지낼 곳마저 없어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저와 같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조선족 정광건씨가 용산구 보건소 결핵관리실로 보내온 편지.
용산구 제공
중국 국적의 조선족 정광건(59)씨가 용산구 보건소 결핵관리실로 보낸 한 통의 편지가 눈길을 끌었다. 성장현 구청장은 22일 “아무런 눈길을 받지 못하던 한 외국인을 위해 애정과 보살핌으로 한국인의 따뜻함을 보여준 직원들을 보며 고맙고 자랑스럽다”면서 “앞으로도 결핵관리실을 통해 사전 예방과 치료, 사후관리에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정씨가 서툴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쓴 편지 2장에는 용산구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함,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했다. 정씨는 지난 2월부터 앓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3월 21일 용산구 보건소를 찾았다. X선 검사에선 폐결핵 진단을 받았고, 혈액 검사에선 간 수치와 염증 수치 이상으로 폐농양이 의심되는 등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정씨는 “경제적으로 입원할 사정이 아니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구 관계자는 “돈 때문에 진료 자체를 포기한다니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결국 보건소는 정씨가 외국인 노동자로서 진료비 혜택을 받도록 수소문하며 팔을 걷어붙였다. 그 결과 서울 적십자병원과 연결돼 정씨는 지난달 5일 입원해 항생제 투여 등을 거쳐 보름 만에 퇴원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씨는 당장 지낼 곳이 없는 처지였다. 구는 서울 외국인노동자센터와 연계해 쉼터 입소를 도왔다.

정씨에게 용산구 직원들은 생명의 은인 그 자체였다. 정씨는 편지에서 “새 힘을 주신 것에 너무 고맙고, 살아가는 동안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빌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2013-05-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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