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서 첫 발견… 정부 예찰 부실
방역망 뚫린 뒤 이동중지 명령살처분 가금류 160만마리 넘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정부가 지난 주말 48시간 동안 전국의 가금농장에 ‘이동중지 명령’(스탠드 스틸)을 내렸음에도 오리와 산란계 농장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AI 확산을 막으려고 살처분한 가금류는 160만 마리를 넘어섰다. 철새와 직접 접촉이 아닌, 사람과 차량 이동에 따른 2차 전파 의심 사례도 경기 이천에서 보고되면서 ‘AI 팬데믹’(전염병 대유행)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방역대책이 한 박자씩 늦는 바람에 AI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을 시작으로 총 23건의 AI 의심축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13건이 병원성이 높은 H5N6형 AI로 확진됐고,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나머지 10건도 고병원성 AI로 확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예방적 처분을 포함해 66개 농가에서 168만 7000마리의 오리가 살처분됐다. 앞으로 13개 농장 111만 마리를 추가로 살처분할 예정이다. 지금과 같은 확산 속도가 유지된다면 이번 주 내 살처분 마릿수가 500만 마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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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AI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주체는 민간이었다. 지난달 28일 건국대 연구진이 충남 천안 봉강천에서 야생 원앙의 분변을 채취해 AI를 확인하고 이달 10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시료를 넘길 때까지 정부는 까마득히 몰랐다. 해마다 농식품부와 환경부가 철새 5000마리, 분변 8만건 등 38만건을 검사해 AI를 감시한다는 정부 측 설명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달 말 조기 예찰을 통해 AI의 국내 유입을 확인했더라면 빠른 초동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다.
위기경보 격상과 두 차례의 일시 이동중지 명령도 이미 방역망이 뚫린 뒤 내놓은 사후약방문식 대처라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17일 해남과 음성의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되자 정부는 다른 지역 전파를 막기 위해 이 지역에 19일 0시부터 36시간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결과적으론 실패였다. 23일 경기 포천 농가에서 AI 의심 신고가 들어오자 정부는 부랴부랴 AI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한다. 그러면서도 전국 단위의 이동중지 명령에는 머뭇거리다 25일에야 발동했다. “먼저 농가를 소독한 뒤 이동을 중지시켜야 방역 효과가 크다”는 농식품부의 설명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동중지 명령이 해제되자마자 지난 28일과 29일 각각 5건과 1건의 AI 의심축 신고가 접수됐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6-11-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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