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공무원문예대전 입선 수상작
거꾸로 매달린 사람일곱 살 딸아이 발그레 건네준
타로카드 그려진 ‘거꾸로 매달린 사람’
아빠, 이거 꼭 갖고 다녀야 돼!
그날 이후 내 낡은 지갑 안
세들어 살기 시작한 ‘거꾸로 매달린 사람’
꽤나 힘들 텐데 오히려 웃고 있는
눈동자가 얼굴의 1/2인
빨간 사과와 버섯 뒤로한 채
왼손 흔드는 ‘거꾸로 매달린 사람’
나에게 어떤 엄청난 행운
안겨주려고
어린 영혼 깃든 것만으로 이미
축복일 텐데
뒷면에는 이집트 스핑크스 연상시키는 네 개의 석상
접은 날개 퍼덕이며 금시라도 날아갈 듯하고
행운의 별과 사랑의 별 교차하는
중앙에 자리 잡은 중세 고딕식
천정(天庭)
아라베스크 무늬의 기하학적
창으로 마구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햇살
아빠의 마음 딸아이가 열어 본
것일까
언제부턴가 뒤틀리고 삐걱거리는,
닳아빠진 구두 신은 듯 허청거리는,
몇 번의 실직과 간경화
아빠의 삶은 언제나
부르지 않은 방향으로 불어오는 바람
웃음 잃지 말라고
세상이 거꾸로 매달린 듯 흔들리더라도
여린 동심(童心)의 부적
던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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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기 (경기 동두천 생연중학교) |
2017-12-11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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