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안 되는 식당이 간판만 새로 바꾸는 거랑 똑같죠. 그런다고 맛집 되는 것도 아니고.”(지방자치단체 B팀장)
최근 여성가족부 명칭을 두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과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이 논쟁을 벌여 화제가 됐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청소년 정책 강화를 위해 여성가족부를 ‘여성가족청소년부’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이 차관은 “기능 변화가 없는데 지금 단계에서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며 반대했다.
11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 의견을 종합해 보면 “부처나 부서에 대한 습관성 간판 바꾸기는 이제 그만”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부처나 부서 이름을 바꿔서 정책 목표를 강조한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혼란만 일으킨다’는 반응이었다. 행안부 C주무관은 “부서 명칭 하나를 바꾸는 것만 해도 명함부터 안내판, 홈페이지 등 바꿔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면서 “그게 다 시간과 비용이다. 하지만 정작 업무는 똑같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부부처나 부서 이름을 뚜렷한 이유 없이 바꾸는 사례는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 사례가 행안부다. 행정자치부, 행정안전부, 안전행정부, 행정자치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행정안전부가 됐다. 행안부 D사무관은 “도돌이표가 따로 없다. 동료들끼리 ‘다음 정부에서는 안전행정부 순서’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귀띔했다.
명칭 변경은 주로 정부가 바뀐 뒤 초기에 많이 벌어지는데 정부 초기도 아닌 시점에서 여가부에 대해 기능 변화도 없이 이름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여가부 전체 예산에서 청소년 관련이 35%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강조하지만 사실 그 기준대로라면 ‘가족청소년부’ 혹은 ‘가족청소년여성부’라고 바꿔야 한다. 올해 여가부 예산을 기능별로 나누면 가족(6910억원), 청소년(2284억원), 권익증진(1228억원), 여성(972억원)이어서 여성 관련 비중은 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처와 지자체 내 부서 이름 바꾸기는 연례행사다. 정부부처 기획조정실 소속 혁신행정담당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행정담당관을 대체하며 노무현 정부 당시 이름으로 되돌아갔다. 물론 업무 자체는 박 정부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보건복지부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기관 해외진출 사업에 발맞춰 해외의료진출지원과를 만들었지만 역시 문재인 정부 이후 사라졌다. 환경부는 2017년 미세먼지 대응을 강화한다며 대기환경정책과를 푸른하늘기획과로 바꿨지만 장관이 바뀌자마자 원래 부서명으로 환원됐다.
수도권 기초지자체 B팀장은 “기능에 따라 조직을 구성하고 이름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단체장 관심사로 이름을 지은 다음 부서를 이리저리 꿰어 맞추는 게 관행처럼 돼 버렸다”며 “어느 기초지자체에는 ‘신경제’라는 거창한 이름의 부서가 있는데 하는 일은 그냥 택지개발”이라고 꼬집었다. 중앙부처 E사무관은 “당장 몇 년 전 자료를 찾으려고 해도 부서 이름이 자주 바뀌는 바람에 자료검색하는 데 애를 먹는다”며 “정부부처 변경으로 아예 홈페이지 자체가 사라져버려 자료를 찾을 길이 없어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