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비 오후 더위…장마철 맞나”
기후 변화로 장마 본연 의미 잃어
학계 “장마보다 ‘우기’ 표현 써야”
달라진 강수 패턴으로 장마가 용어 본연의 의미를 잃은 가운데 ‘장마’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마라는 용어는 1500년대 중반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오랜’의 한자어인 ‘장’과 비를 의미하는 ‘마’를 합성해 만들어진 순우리말 장마는 ‘여름철 가장 많은 비가 집중되는 기간’을 의미했지만, 최근 엘니뇨 등 기후변화의 여파로 ‘장마’를 대체할 새로운 용어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장마가 끝난 뒤에도 장마철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는 경우가 이어졌다. 더 이상 장마로 우리나라 여름철 비를 설명하긴 어렵기 때문에 기상청 역시 2008년부터 공식 장마 시작일·종료일을 발표하지 않았다.
‘장마가 끝났다’라는 표현이 자칫 사람들에게 더는 큰 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지역에 많은 피해를 불러왔던 폭우도, 장마가 끝난 후인 8월에 쏟아졌다.
지난 4월 기상학회 학술대회에서도 처음으로 여름철 강수를 예보할 때 ‘장마’라는 단어를 자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적절한 단어를 찾기 전까지 장마 단어 사용을 줄이고, 강수량·강수 기간 등 객관적인 정보만 전달하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형 우기’ 개념을 도입하자고 논의하고 있지만 수백 년간 상식처럼 여겨진 용어를 대체하는 작업이라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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