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로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을 향한 책임론이 커지는 가운데 그의 이름을 딴 ‘서울시립 김병주도서관’ 명칭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먹튀’ 논란에 더해 투자자들에게 고소까지 당한 김 회장의 이름을 공공시설에 붙이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이에 서울시는 명칭 변경 등 대안을 모색 중이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김병주도서관은 가재울 중앙공원 인근인 서대문구 북가좌동 479에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 1층~지상 5층 전체 면적 9109㎡ 규모로 만들어진다.
전국 도서관 최초로 로봇이 책을 찾아 주는 ‘자동화서고’ 시스템도 도입한다. 지난해 8월 착공했으며 2027년 개관을 목표로 한다.
도서관 명칭은 건립 비용 675억원 중 300억원을 기부한 김 회장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2021년 8월 시의 권역별 시립도서관 건립 사업에 써 달라며 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열린 도서관 착공식에서 김 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도서관 인근 아파트 단지에는 ‘MBK에 감사하다’는 내용의 현수막까지 걸렸다.
신청 전까지 법인과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어음(CP) 등을 팔았고 수십억원 규모의 단기 채권을 발행하면서 망하기 직전까지 투자를 받은 후 ‘먹튀’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영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투자자들이 지난 11일 김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자 지역에선 도서관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가좌동에 사는 한 주민은 “논란이 있는 인물의 이름을 공공도서관에 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관 전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주민 의견을 시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기부심사위원회 결정을 통해 명칭이 확정된 만큼 김 회장이 직접 철회 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 관계자는 “시민 의견을 수용해 최대한 여러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