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무단투기는 동네 주변환경을 해치는 ‘경계대상 1호’지만,단속에 어려움이 적지 않아 동네마다 골칫거리로 등장한 지 이미 오래다.현장을 적발하거나 무단투기된 쓰레기를 일일이 꺼내어 확인한 뒤 버린 사람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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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봉천 10동은 쓰레기 무단투기를… 서울 관악구 봉천 10동은 쓰레기 무단투기를 감시하는 할아버지 4인방 덕택에 환경문제에 대한 걱정을 덜고 있다. 왼쪽부터 윤정노, 윤사중, 이상학, 남장희 할아버지. 작은 사진은 이들이 쓰레기봉투의 내용물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모습. 관악구 제공 |
그러나 단속 인력과 방식에 한계가 있어 그동안 방치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대신 ‘CCTV 무인카메라 24시간 가동중’,‘적발시 100만원 이하 과태료’ 등의 위협적인 경고문만 동네 여기저기에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봉천10동은 예외다.바로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자원봉사를 자청하고 나선 남장희(78),윤사중(78),이상학(78),윤정노(72)씨 등 할아버지 ‘4인방’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학 할아버지는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동네를 누가 좋아하겠냐.”면서 “주민 모두에게 득이 된다면 내가 좀 참고 치우는 게 뭐 큰 대수냐.”며 겸손해했다.
지난달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동네를 매일같이 ‘이 잡듯이’ 뒤지며 쓰레기 무단투기를 적발하고 있다.특히 집게 등으로 내용물을 일일이 확인하고 단서를 찾아내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흡사 전문 수사요원의 분위기마저 느껴진다.1차적인 관심대상은 우편물이나 약봉지 등 인적사항이 담긴 쓰레기.이어 특이한 내용물일 경우 인근 상점 등으로 직접 들고가 ‘탐문 수사’까지 펼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봉투속 내용물 일일이 확인
이같은 치밀한 조사 끝에 단서가 발견되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뒤 해당 주민을 동사무소로 불러 과태료를 부과한다.
윤사중 할아버지는 “무단투기된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규격봉투 구입가격은 고작 하루 4만여원”이라면서 “1만 5000여명의 주민이 이 돈을 아끼기 위해 환경은 아랑곳 않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4인방의 이같은 노력 덕택에 올해 1∼5월까지 2건에 불과하던 단속 실적은 활동 개시 후 두달도 채 지나지 않아 20여건에 이르고 있다.게다가 과태료 부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은 단 한명도 없고,입소문이 번지면서 무단투기되는 쓰레기 양도 점차 줄고 있다.
●증거 확보… 과태료 부과토록 조치
진재길 동장은 “얼마 전까지 하루에 수거되는 생활폐기물은 5t,무단투기된 쓰레기는 10% 정도인 0.5t 정도였다.”면서 “하지만 할아버지들의 활동 이후 불법 쓰레기 양이 20∼30% 감소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 4인방은 무단투기 주민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공포의 대상으로,일반 주민에게는 고마운 ‘환경 지킴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남장희 할아버지는 “무단투기된 쓰레기는 수거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환경문제때문에 치우고 있는 것”이라면서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윤정노 할아버지도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은 내가 알아서 지킬 만한데도 단속이 뜸해지면 불법 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면서 “강제의 손길에서 언제쯤 벗어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