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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덕의 서율야화] 광희문의 명물은 ‘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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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날면 파리요, 뛰면 벼룩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또 ‘범벅덩이에 파리 붙듯 한다.’는 속담도 있고요. 우리 주변에 파리가 많아 생긴 속담이잖아요.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학교에 파리를 잡아가는 숙제가 있을 정도였거든요. 나이 드신 분들은 기억나실 겁니다. 파리를 잡아 헌 신문지에 싸서 학교 선생님에게 숙제로 제출했던 일 말이죠.

그런데 그 예전에 우리 서울의 동네 동네마다 ‘이 동네는 이런 것이 명물입니다.’라며 서울의 동네 명물을 소개한 ‘경성백승‘이란 책에 보면 파리가 많아서 유명한 동네가 있어요. 왕십리로 나가는 ‘광희문’있는 쪽. 지금은 다 지나간 옛날 얘기라지만 약 80여년전만 해도 광희문 일대는 파리 많기로 손꼽히는 동네였습니다.

그리고 전에는 확성기를 들고 다니면서 ‘오늘은 파리를 잡는 날입니다. 주민 여러분께서는 집집마다 파리를 많이 잡아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외치기도 했죠. 당시 매달 1일과 15일은 ‘파리 잡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파리가 많아 떼부자가 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조선의 큰 갑부 중에 ‘김진규’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어떻게 해서 파리 때문에 큰 부자가 됐었는가 하면요.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집집마다 요강단지만한 크기의 유리로 만든 파리통이 있었죠. 물고기 잡을 때 쓰던 어항처럼 생긴 파리통 말입니다. 요즘은 이런 파리통을 구경할 수 없지만 광복 직전까지만 해도, 이 파리를 쫓을 만한 마땅한 방법이 이것 말고 없었던 겁니다. 물론 전에도 ‘끈끈이’라고 해서 기다란 종이 조각에 끈적끈적한 약품을 칠해가지고 집집마다 ‘끈끈이’를 여기저기 많이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 시절에 ‘김진규’가 어느 일본 사람 집에 가서 유리로 만든 이 파리통을 본적이 있었거든요. 그는 “옳지 됐다. 일본 사람들이 만든 이 파리통을 수입해다 팔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구나.”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엔 이 파리통을 파는 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파리통 장사를 시작했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불과 이삼년만에 전국의 집집마다 파리통 한 개씩은 다 들여놨거든요. 이게 1890년대 일인데요. 하루아침에 유리로 만든 파리통 때문에 떼돈을 번 거예요.1890년대 초 우리나라 최고의 갑부소리를 들었던 ‘김진규’처럼 돈 버는 재주가 있는 사람은 똥파리 때문에도 돈을 번답니다. 주변을 살펴보세요 돈을 벌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

2006-9-7 0:0: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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