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기업이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해당 기업 이전뿐만 아니라 관련 협력업체들까지 무더기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 기업을 빼앗긴 지자체는 세수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인구 유출, 일자리 감소로 지역 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
국내 유일의 버스 완성차 업체인 대우버스는 지난달 부산 생산 공장 일부를 울산시 울주군 상북 공장으로 옮겼다.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부산 전포동 공장과 동래공장, 반여동 공장의 버스 생산 설비를 모두 이전하기로 했다.
또 협력업체 53개사도 덩달아 울산으로 이전키로 했다. 울산은 대우버스와 협력업체 이전으로 2500여명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 시민들은 “55년 된 향토기업을 눈 뜨고 놓쳤다.”며 부산시를 향한 원망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 중견건설업체인 반도건설도 지난 2월 본사를 수도권으로 옮겼다. 반도건설 본사는 인천으로, 계열사인 반도주택과 퍼시픽산업 등은 서울로 각각 옮겼다. 반도건설은 부산에서 두 번째로 큰 건설회사이며 대표 향토기업이다. 부산시민들은 이들 회사가 지역에서 발전 기반을 다진 뒤 떠났다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도 수원의 한 유망한 벤처기업도 최근 공장을 대구로 이전했다. 디스플레이 및 태양광 유리 가공 제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주)엔티쏠라글라스는 지난달 대구 달성 2차산업 단지에다 둥지를 틀었다.
향토기업들이 본사나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보다 나은 기업 환경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대우버스는 울산시가 공장 이전에 따른 다양한 혜택을 제공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건설은 부산보다 상대적으로 일감이 많은 곳을 찾아 수도권으로 본사를 옮겼다. 엔티쏠라글라스는 공장 이전을 놓고 충남 아산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대구의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과 인프라 여건에 매력을 느껴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구시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육성 지원책이 도움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전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향토기업의 이전을 막기 위해 산업단지 조성 시 부지 제공, 기업 애로 사항을 청취하는 등 묘안을 짜내고 있다.
대구시는 기업이전을 막기 위해 지역기업이 지역에 신규 투자할 경우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때 주는 세제혜택 등을 주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기업의 역외유출을 막기 위해 용지제공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지만 이미 이전을 결심한 업체를 제자리에 눌러앉히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전국종합·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2010-05-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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