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13명 중고 가구 수거 한창 “과거 잊고 자활 기반 마련해 안심”
“노숙자들이 자활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일터입니다.”인천 서운동에 있는 계양재활용센터. 1일 이곳 2640여㎡(800평) 남짓한 공장에선 노숙인 13명(남성 12명, 여성 1명)이 수거한 가구들을 차에서 내리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노숙인 쉼터인 ‘내일을 여는 집(계양구 계산2동)’에 거주하는 이들은 오전 8시30분이면 쉼터를 나와 재활용센터에서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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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이 버려질 뻔한 가구를 수거해 오고 있다. 이들 가구는 깨끗하게 수리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된다. |
●가전·사무기기 기증받고 청소해줘
내일을 여는 집은 노숙인 자활프로그램 일환으로 문을 열었다. 노숙인 시설을 단지 ‘먹이고 재우는’ 데에 그쳐서는 자활 성공률이 희박하다는 판단 아래 해인교회가 일거리 창출 목적으로 세웠다. 첫 일감으로 재활용센터를 2003년 계양구로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재활용센터가 노숙인 자활의 교두보인 셈이다.
노숙인 쉼터 시설장인 김철희(51)목사는 “노숙자가 자활사업장에서 일하면 재활 성공률이 90%에 이르지만 방치하고 스스로 일어나기를 바라면 성공률이 10%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닫기때문에 노숙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으면 이들은 또다시 거리환경에 노출돼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계양재활용센터는 노숙인 재활 기능을 인정받아 지난해 노동부로부터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받았다. 내년에는 정식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반가정으로부터 생활용품과 의류, 가구 등을 기증받기도 한다. 대신 청소나 정리 등을 말끔히 해주기 때문에 업체 측에서도 환영하고 있다.
●정비된 물품 팔아 월90여만원 받아
이들이 수거한 물품은 재활용센터에서 다시 태어난다. 가전제품은 전문기사가 수리하지만 가구 등은 노숙인들이 직접 손을 본다. 초기에 솜씨가 뛰어난 노숙인이 있었는데 그가 쉼터를 퇴소한 이후에도 비법(?)이 노숙인들 사이에 계속 전수되고 있다. 정비된 중고 물품은 일반인들에게 팔려나간다.
물건 값이 일반 중고물품 매장에 비해 싼 편이어서 하루 30∼40명의 소비자가 재활용센터를 찾는다. 노숙인들이 일하는 대가로 받는 보수는 월 90여만원.
노동을 통해 자활의 기반을 마련한 노숙인들은 쉼터 인근에 있는 원룸 주택으로 옮겨져 사회 복귀를 준비하게 된다. 재활용센터에서 일하는 13명 가운데 3명은 원룸 거주자다.
고길연(48)씨는 “닭도매 사업을 하다 망해 노숙자가 됐는데 이곳에서 일하니 무엇보다 과거를 잊을 수 있어 좋다.”면서 “지금은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을 찾아가 용돈을 드릴 정도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2010-07-0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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