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취임한 김춘석(59) 여주군수가 5급 사무관 승진을 앞둔 6급 공무원 32명을 군청 대회의실로 부른 8일 오전. 군수의 지시를 받고 갑작스레 모여든 공무원들이 의자에 앉아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고 있을 때 김 군수가 들어왔다.
김 군수는 “지금부터 승진 시험을 보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직접 답안지로 쓸 B4용지를 나눠주었다.
●객관적 평가 어려워 논술시험 출제
대회의실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 군수는 이에 아랑곳 하지않고 자신이 직접 선정한 논술 문제를 부르기 시작했다. 1번 ‘여주군민이 화합·단합을 못하는 이유와 대책은.’, 2번 ‘여주군이 발전하지 못해 온 이유와 대책은.’, 3번 ‘전 군수시절(민선4기) 군정방침이 무엇이었나.’, 그리고 4번 ‘아름다운 여주 8경이 무엇인가.’ 등 4가지였다.
시험 시간은 50분. 일부 공무원은 4문제에 대한 답안지를 빼곡히 다 썼는가 하면 일부는 한두 줄밖에 적어내지 못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연공·근평·시험점수 50%씩 반영
시험을 치른 한 공무원은 “별안간 일어난 일이라 무척 놀랐다. 공무원 생활하면서 승진을 앞두고 논술시험을 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군수의 발상이 신선했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그러나 예고가 전혀 없던 시험이라 당황해 답안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군수는 “승진을 앞두고 주위 사람들이 모두 자기가 아는 사람이 좋다고만 애기하더라. 승진 명부상 연공서열도 중요하지만 내가 일을 시켜 보지 않아 객관적 평가를 못할 것 같아서 논술시험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어도 여주에서 25년 이상 공무원으로 일했으면 여주에 대해 고민하고 여주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출제의도를 설명했다.
김 군수는 이번 주말 답안지를 직접 채점한 뒤 시험점수 50%와 인사서열 근무평정 50%를 반영해 다음주 중 심사위원회에 최종 승진심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김 군수가 위원장인 심사위원회는 공무원과 외부인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되며 모두 9명의 승진자를 확정하게 된다.
●‘열심히 하면 승진’ 인사예측체계 확립
여주 출신의 김 군수는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을 시작, 주로 옛 기획예산처에서 근무했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7년간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에서 정책상황실장과 주한미군대책기획단 부단장을 역임했다. 2007년 한국전자거래진흥원 5대 원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여주군수로 당선됐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여주군 5급 승진시험 논술문제
1. 여주군민이 화합·단합을 못하는 이유와 대책은
2. 여주군이 발전하지 못해 온 이유와 대책은
3. 전 군수시절(민선 4기) 군정 방침이 무엇이었나
4. 아름다운 여주8경이 무엇인가
2010-07-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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