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주민 분노 폭발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에 대구, 경북, 부산, 경남 등 해당 지역 시·도민들이 모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신정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30일 “한계에 직면한 김해공항의 독자적인 가덕도 이전을 위해 민자와 외자 유치가 필요하면 온 힘을 다해 부산시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공항유치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촛불 시위와 총선 낙선 운동 등 대정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부산과 경쟁을 했던 엄용수 밀양시장도 “국민을 우롱한 정부에 대해 믿음도 없고 지방자치도 말살돼 더는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엄 시장은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여러 차례 선언한 바 있다. 다만 그의 주변에서는 전격 사퇴라기보다 정부에 대한 항의 발언으로 이해한다.
박광길 신공항밀양유치추진단장은 “각본에 맞춘 짜맞추기식 정부 발표는 국민의 수준을 낮춰 본 것으로, 말문이 막히게 하는 충격”이라면서 “공항문제연구소 설립, 신공항건설 모금운동 전개 등 전략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의회 오철환·경북도의회 박기진 동남권신국제공항유치특별위원장은 “한마디로 황당하고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에 놀아나 광대 노릇을 한 것이 부끄럽다.”면서 “정부가 지역민의 염원을 외면한 채 신공항을 백지화하는 것은 영남권의 생존권을 짓밟는 것으로, 이런 정부를 어떻게 믿고 살아야 할지 서글프다.”고 비난했다.
강주열 밀양유치시·도민결사추진위원장도 “100점 만점에 40점도 안 나오는 국책사업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외면한 채 의문투성이 결과를 내놓은 정부에 맞서 4개 시·도 시민단체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비롯해 정책 불복종 운동을 벌여 밀양공항을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울산시, 경북·경남도 의회는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즉각 철회하고 동남권 신공항을 조기에 건설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4개 시·도 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183명의 의원과 영남권 1300여만 주민은 신공항 건설 백지화라는 사기극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신공항 건설이 이루어질 때까지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 시·도 의회는 정부가 뒤늦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한 사유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책임자는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창원 강원식기자·전국종합 kws@seoul.co.kr